<시론>상.하수도 행정의 민영화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환경위기를 매일 신문.텔레비전에서 뿐 아니라 몸으로 느끼면서도 이 위기를 벗어날 돌파구 마련에 우리는 너무 인색한 것 같다.모두들 환경위기를 말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서슴지 않고 환경을 희생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도지사. 시장.군수들도 그 지역의 경제발전정책만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그만큼 환경정책은 뒷전에 처지고 있다.
이 나라는 95년말 4천5백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2020년에는 약 10배가 되는 4조1천억달러가 되는 경제규모,세계 7위로 도약하는 「21세기 경제장기구상」을 갖고 있다.
그 때가 되면 1인당 GNP도 95년의 1만달러에서 3만2천달러가 되고,국민 생활수준이 3배이상 향상된다고 전망하고 있다.그 전망이 그대로 이뤄지기를 우리는 모두 기대한다.
일본의 대학교수 연봉이 10만달러.그러나 그것이 무슨 의미를갖겠느냐고 자문하는 일본친구들을 만났다.한국의 평균소득이 10만달러에 이른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 나라에 맑은 물,깨끗한 공기,비옥한 토지가 없다면 그 10만달러는 무의미 하다.다행히 2020년에 우리나라 하수보급률이 95%에 이른다는 계획도 있어 마음이 놓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답답하다.25년후까지 끌고갈여유가 없다.앞으로 10년안에 상.하수도의 양적인 보급률만이 아니라 질적인 보급률을 95%가 되 도록 만들어야만 한다고 믿는다.현재의 시설도 불완전하고 낙후돼 누수율이 30%에 이르고있다.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탄강.임진강.낙동강의 비극이 금강.한강에도 번지고 말 것이다.
강을 살리는 길은 과감한 투자뿐이다.물자원관리는 상.하수도시설의 완비에서부터 출발한다.그렇게 하기 위해 상.하수도 사용자(온 국민)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요금의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현재의 상.하수도 물값은 도시마다 다르지만 각 각 비용의 30%수준이다.누가 70%비용을 부담하고 있는가.결국 그것도 국민들의 일반세금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수도 재정은 열악할 뿐이고 재투자를 위한여유는 조금도 찾을 수 없다.상.하수도행정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전문성은 지극히 결여될 수밖에 없다.「낮은 직급의 보잘 것 없는 관리」들이 물 행정을 맡고 있다.지금 우리가 물에 쓰고 있는 돈은 소득의 0.05%.아무리 공공사업이라 해도 언어도단이다.물값을 아껴 어디에 더 투자한단 말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서울 물값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싸다는 사실이다.그래서 값싼 물은 낭비될 수밖에 없다.한국은 물을 낭비할 수 없는 나라다.2000년에는 공급능력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며,2011년에는 10%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
경제성장은 물 소비를 급격히 늘릴 것이며 그만큼 물 수요는 증대될 것이다.물론 바닷물을 식용수(食用水)로 바꾸는 테크놀러지가 발전하고 있지만 아껴 쓰는 미덕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필자는 그래서 상.하수도행정의 지역화.민영화를 제안한다.지역화는 경제성을 가져올 것이며,민영화는 물값의 현실화를 가져올 것이다.결국 물자원관리의 합리화가 이뤄질 것이다.물을 정부가 관리하는 시대는 미국에서는 사라져가고 있다.
민영화된 상.하수도 관리회사(들)가 5개년,10개년계획을 세워 최신의 과학적 기초시설을 갖출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물 공급,수질(水質)의 보전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물관리회사는수계(水系)별로 만들어질 수 있고,그 회사는 회 사채를 발행할수 있는 힘을 갖고,물값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갈 수 있는 재정예산계획을 짜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이 없다면 세계은행으로부터,아니면 다른 은행으로부터 저리(低利)로 차관이라도 끌어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그렇지 않은가.
최연홍 미국워싱턴DC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