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타민] 법원 “온라인 입영통지 보고 입대 안 해도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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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역병 입영 대상자인 안모(27)씨는 지난해 6월 병무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의 입영통
지서를 확인했다. 같은 달 11일에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대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세 번 제출했던 입영 연기 사유도 만료됐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안씨는 정해진 날짜에 입대하지 않았다. 병무청에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도 않았다. 검찰은 안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날짜로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규정을 들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이정권 판사는 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이 판사는 “병무청이 홈페이지 게시 이외에 직접 송달이나 등기우편으로 입영통지서를 보냈다는 증명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전자송달 방식에 의한 입영통지서의 효력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병역법 시행령에 ‘병무청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을 확인만 해도 송달에 해당한다’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판사는 “그 시행령 규정은 행정 편의만을 위한 규정”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시행령의 모법(母法)인 병역법 자체에는 ‘전화나 전자우편(e-메일) 등 간이한 방법으로 통지할 때는 설사 당사자가 날짜를 어겼다 해도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병무청도 전자송달 제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 의무자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의 인터넷 사용 빈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기존의 등기우편 송달과 함께 e-메일,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한 병역 통지 등 전자송달 방법도 병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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