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희망이란 이름의 ‘왼발’로 출발선에 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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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이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을 따낸 곳, 그리고 마이클 펠프스가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곳. 베이징 올림픽 수영경기장인 워터 큐브의 출발대 앞에 왼쪽다리에 의족을 단 미국 장애인올림픽 수영 대표 멜리사 스톡웰(28·오른쪽)이 우뚝 서 있다.

스톡웰은 미국팀 코치 지미 플로워스와 함께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최고의 순간이 될 경기에 대비하고 있다. 그녀는 6일 오후 9시(한국시간) 개막식을 한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미국 수영 대표로 출전해 여자 100m 평영, 100m 자유형, 400m 자유형에서 메달을 노린다.

미네소타 출신의 퇴역 군인인 스톡웰은 2004년 4월 13일 보급차량을 이끌고 바그다드 시내를 통과하다가 도로에 매설된 폭발물이 터지는 바람에 중상을 당했다. 생명은 지켰지만 다리 부상이 심했고, 17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결국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그녀는 절망하는 대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스톡웰은 남편 딕의 격려를 받으며 수영과 달리기에 도전했다. 뉴욕 마라톤을 두 차례 완주했고 철인3종 경기에 여덟 번 출전했다. 특히 수영 실력이 뛰어나 400m 자유형 장애인 부문의 미국 최고기록(5분03초08)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대표로 선발된 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훈련해 온 스톡웰은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내 목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그러나 전보다 나은 기록을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겠다”고 다짐했다.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은 20개 종목에 148개국 4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17일까지 계속되며 베이징과 칭다오(靑島)·홍콩 등 3개 지역에서 열린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13개 종목 132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금메달 13개, 종합 14위가 목표다.

글 허진석 기자 huhball@joongang.co.kr
사진 베이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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