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 도축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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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마장동 도축장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병들거나 죽은 소가대량 도축돼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병든 소」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22일 마장동도축장 주변에서 죽거나 병든 소를 전문적으로 암거래해온 브로커가 모두 14명임을 확인하고 이중 8명의 신병을 확보,철야조사를 벌여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키로 했다. 한편 도축장의 현행 검사체제로는 도축과정의 검사가 허술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나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브로커 李모(45.경기도남양주시)씨는 경찰에서 『수의사의 허위진단서를 구하지 못할 경우 수도권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횡성.원주등 강원도지역 도축장으로 싣고가 처분해왔다』고 진술했다.이들은 특히 『여름철에는 4시간 만 지나면 고기색깔이 변하고 빨리 썩기 때문에 수의사의 진단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시간을 다툴 때는 강원도지역 도축장을 자주 이용해왔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경찰은 수집상 등록을 하지 않고 소를 사들여 도축해온 박병수(朴秉洙.45)씨등 6명을 농산물유통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朴씨등은 죽거나 병들어 죽기 직전의 소를 헐값에 사들여 3만원을 주고 허위진단서를 받아낸뒤 지금까지 2백71마리를 도축해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도축장에 근무중인 검사원(수의사)4명을 소환,병든 소를 별다른 검사없이 도축 허락한 경위등 반입과정,브로커들과의 결탁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허술한 검사과정=서울 3개 도축장에서 한명의 검사원이 하루평균 3백60여마리(지난해 기준)의 소.돼지를 검사,일본의 10여배에 이르고 있어 검사가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는 실정.
제대로 생체검사를 한다해도 육안검사에 그치므로 육질의 상태에영향을 미치는 결핵등 겉으로 드러나는 극히 일부 질병을 제외하고는 파악이 불가능하다.특히 지역수의사가 진단서를 첨부하고 절박도살한 소가 들어오면 대부분의 검사관은 생체검 사조차 실시하지 않는게 관례다.시간과 인원이 절대 부족하다는게 표면적인 이유.
김기찬.김준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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