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관통 터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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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국립공원에 터널이 뚫렸다. 그것도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다음달 개통을 앞두고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산청군 시천면 내대리 사이에 위치한 길이 2㎞의 이 터널은 해발 1284m의 삼신봉에서 남동쪽으로 뻗어내린 묵계치를 관통한다. 삼신봉~묵계치 능선은 국립공원구역이지만 양쪽 터널 입구는 국립공원 구역을 살짝 벗어난 곳이다.

현행 자연공원법은 국립공원 내의 각종 개발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터널 입구가 공원구역 밖에 있다면 국립공원 아래를 뚫고 지나가도 환경부가 나설 수 없다. 토지의 형질변경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해발 800m의 산자락에 도로를 놓으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공사구간을 짧게 나누고 법의 허점을 이용해 터널도 뚫었다는 주장이다. 지리산생명연대 윤정준 사무처장은 "이 때문에 지리산국립공원 남쪽 생태계가 단절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자체는 하자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하동군 건설과 김한기 계장은 "전체 5㎞ 도로를 1993년부터 10년에 걸쳐 예산범위 내에서 조금씩 건설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터널 문제는 경남도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경남도 도시계획과 관계자도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립공원관리공단 측과 함께 확인한 다음 공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뒤늦게 문제점을 확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터널은 이미 완공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다.

환경부 동덕수 자연자원과장은 27일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터널이라면 입구가 국립공원 구역 밖이라도 반드시 환경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자연공원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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