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개막식보다 더 많이 본 ‘페일린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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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페일린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4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엑셀 에너지 센터에서 당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세인트폴 AP=연합뉴스]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미국 TV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는 3일 밤(현지시간) 진행된 페일린의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3720만 명이 지켜봤다고 발표했다. 역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최고를 기록한 지난달 28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3840만 명에 육박하는 것이다. 미국 전체 가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며, 지난달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시청한 미국인 수(3490만 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2004년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 후보의 연설을 지켜본 시청자는 2760만 명이었다.

페일린의 연설은 오바마 연설 당시 시청률을 크게 끌어올렸던 두 개의 흑인 방송이나 텔레문도 등 스페인어로 진행하는 두 개 방송사가 방송하지 않았다. 이들 방송사가 방송했을 경우 오바마와의 시청률(120만 명) 격차는 훨씬 줄었을 것이다.

이는 페일린이 혜성같이 나타난 공화당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인 데다, 전당대회 직전에 17살 난 페일린 딸의 임신 파문까지 터져 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 남성(1640만 명)보다 성인 여성(1950만 명)이 더 많이 페일린의 연설을 지켜본 것으로 집계됐다. 페일린이 오바마와 경합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지지층을 끌어올린 것으로 기대하는 공화당은 고무된 모습이다.

워싱턴의 여론조사 전문가 위트 에이레스는 불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설하기 불과 3일 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페일린이 거의 2년 동안 준비해 온 오바마에 필적할 만한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경이적”이라며 “허리케인 등으로 크게 위축됐던 공화당 전당대회를 살려냈다”고 평가했다.

페일린은 4일 독자적인 유세 일정에 나서며 오바마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과의 만남에서 주 상원의원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이 된 오바마와 시장을 거쳐 주지사에 오른 자신의 이력을 비교했다. 그러면서 “우리 주지사들은 의원들처럼 단순히 의회에서 ‘출석’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게 아니라 직접 정책 결정과 집행을 해야 한다”며 오바마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오바마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재직 당시 수십여 차례에 걸쳐 ‘출석’ 버튼만 누르고 표결에는 참가하지 않은 것을 꼬집은 것이다.

페일린은 또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민주당의 오바마-조 바이든 후보가 나와 나의 가족, 매케인을 겨냥해 악의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잘못된 거짓말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선거자금 후원을 호소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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