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체포특권을 남용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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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남용돼선 안 된다. 정부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에 따라 민주당 김재윤 의원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를 국회에 요청했다. 체포동의안은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체포동의안은 보고 이후 24시간에서 72시간 사이에 표결하도록 국회법에 정해져 있다. 따라서 오늘과 내일 사이 표결해야 한다.

그러나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야당이 반대하고, 국회의장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표결을 위해서는 여야가 합의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거나,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해야 한다. 야당 반대로 합의가 안 되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을 경우 동의안은 저절로 폐기된다.

표결 처리를 거부하는 야당이나 국회의장의 태도는 불체포특권의 남용이다. 불체포특권은 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직무를 잘 수행하도록 돕기 위한 취지에서 허용된 것이다. 비리 혐의 의원들을 감싸기 위한 신분보장용이 아니다. 문국현 대표의 경우 같은 당 이한정 의원에게 비례대표로 공천해주는 대가로 6억원을 받은 혐의다. 돈을 준 이한정 의원은 5일 수원지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문 대표는 아홉 차례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떳떳하다면 당연히 수사에 응해야 한다. 김재윤 의원의 경우 병원 인허가 관련 로비용으로 3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가성이 인정되는 데다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을 청구했다. 억울한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주선 의원 등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더 맞지 않다. 개정안은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국회 법사위에서 그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비리를 감싸려는 입법권의 남용이다. 행정부나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을 국회에서 검토하겠다는 점에서 삼권분립의 기본정신에도 맞지 않다. 입법·행정·사법부는 각각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서로 견제, 권력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 국회는 법에 따라 체포동의안을 표결해야 한다. 국민이 허용한 특권을 남용할 경우 국민은 그 특권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