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급차가 총알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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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구급차가 총알택시영업을 하고 있다니 가짜 거북선총통(銃筒)사건에 이어 해외토픽감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중앙일보 19일자23면 보도).위급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규정과 차량까지도 서슴없이 치부(致富)의 수단으로 삼은 무리들이 가 증(可憎)스러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런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게 몇몇 개인의 부도덕과 비양심 탓만은 아닐 것이다.후진적인 우리나라의 응급구호체제와 행정에도 그 책임이 있고 어떤 면에서는 바로 그것이 주원인이라고볼 수 있다.
「한국응급구조단」이란 사설 응급구조단이 말썽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지난 3월에만 해도 이 구조단소속의 구급차가 법정요금의 2~6배나 되는 바가지요금을 받아 말썽이 된바 있다.또 구급차운영이 이런 식으로 큰 돈벌이가 되 자 이 구조단이 전국에 지부를 만들어 마치 무슨 상점처럼 권리금을 받고 사고 팔아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당국은 법인승인을 취소하든가 아니면 129정보센터와의 연관을 끊든가 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그러나 뚜렷한 조치없이 그대로 방치해오다 급기야 구급차가 총알택시노릇을 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응급구조활동을 사설기관이 맡고 있는 것부터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본다.응급구조는 국가나 병원이 맡아야지사설기관이 맡아서 응급구조활동을 영리수단으로 삼는게 말이나 되는가. 또 응급구조체제가 체계화돼 있지 않고 장비나 인원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119구급대가 있고 129응급정보센터가 따로 있을 필요가 있는가.국민이 인식하기 쉽게 하고 인원이나 장비의 효율화를 위해서도 응급구조체제는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또 119나 129응급정보센터및 병원 구급차량도 늘려야 한다.응급구조를 영리를 일삼을 수밖에 없는 사설기관에 맡기는게 말이 되는가.
국가의 응급구조기능이 허술하기 짝이 없으니 응급구조마저 영리수단으로 삼는 무리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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