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인운하는 YES, 한반도 대운하는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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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자꾸 대운하를 거론하는 것이 걱정스럽다. “서울~인천의 경인운하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대운하도 중단된 것이지 취소된 것은 아니다”는 발언은 문제가 있다. 지난 6월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 가까이가 대운하에 반대했다. 4월 총선에서 유권자의 혹독한 심판도 받았다. 그 이후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런데 왜 국토부 장관이 대운하 재추진에 집착하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정 장관은 “대운하는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건 좋지 않으며 하천의 효율적인 이용 측면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대운하에 접근하는 쪽은 정 장관이 아닌지 묻고 싶다. 대운하는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나라를 분열시키고 정권의 지지율만 곤두박질칠 뿐이다.

다만 경인운하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 지금 경인운하는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돼 흉물처럼 버려져 있다. 굴포천의 수질도 말이 아니다. 전체 18㎞ 구간 중 3.8㎞만 더 파면 한강과 연결된다. 현재 한강 하구는 군사안보와 바닷물 역류 방지용 수중 시설물로 인해 배가 다닐 수 없다.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서울~인천뿐 아니라 남해안과 서해안의 연안 해운 물동량이 곧바로 한강에 닿을 수 있다. 다시 경제성을 따져보면서 경인운하의 남은 구간을 뚫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경인운하가 대운하의 예고편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지난 대선 때 유권자들은 경제를 살리라고 했지, 대운하를 파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게 아니다. 그런데도 살리라는 경제는 안 살리고 엉뚱하게 대운하만 자꾸 살리려고 하는지 답답하다.

이미 대운하는 명분을 잃었다. 자꾸 만지작거릴수록 쓸데없는 꼼수로 비치고 민심만 자극할 뿐이다. 깨끗하게 미련을 접어야 한다. 대운하는 당초 약속대로 4대강 유역 정비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