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뉴 저지 드라이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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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혼.마약.절도.강간.살인 등을 보고 자란 흑인 빈민가의 청소년들이 부모세대의 전철을 밟으며 범죄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들이 꽤 된다.
D 클락 존슨의 『지하조직』(CIC),마리오 밴 피블스의 『뉴잭시티』(SKC),앨런과 앨버트 휴즈 형제의 『사회에의 위협』(RGB),존 싱글턴의 『보이즈 앤드 후드』(컬럼비아)등에는흑인 자신에 대한 솔직한 실상 해부와 자각,계몽 의 뜻이 담겨있다.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도 없고,그럴 의욕도 없으며 인종 차별의 벽도 뛰어넘지 못하는 대도시 빈민가의 흑인에 관한 영화를 통해 우리는 현대 미국의 모순과 고민을 읽을 수 있다.흑인감독들이 연출했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문제를 흑인 특유의 율동을연상시키는 역동적인 카메라와 비판적인 가사의 랩 음악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다.
흑인 영화의 대부가 된 스파이크 리가 제작을 맡고 닉 고메스가 각본.감독한 95년작 『뉴 저지 드라이브』(CIC)도 위의흑인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
16세의 제이슨 패티(샤론 콜리)는 반항적인 여동생 패티와 착한 엄마,그리고 엄마의 동거남과 빈민가에 살고 있다.뚱보 미드렛 카일(가브리엘 케시우스)과 붙어다니며 차를 훔쳐 파는 게일이다.흑인 청소년들의 차량 절도가 극에 달하자 백인 경찰들은수시로 함정수사.불시검문.구타를 일삼는다.패티와 카일은 경찰차를 훔치는 등 나름대로 저항하지만 총격전으로 인한 친구의 죽음과 감옥행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면회온 엄마는 울면서 『출옥 후엔 무엇을 할거냐』고 묻는다.『 전과자에 흑인인 내가 할 일이 있을까요.』 기가 죽은 아들에게 엄마가 힘주어 말한다.『우리 노력하자.그래서 이걸 만회하자.』 (비디오 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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