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노래찾기>장사익 '찔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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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 7일 서울대문화관에서 열린 사전심의폐지 기념공연 『자유』의 첫날 순서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사람은 장사익(47.사진)이었다.
양희은.정태춘.안치환.강산에 등 당대의 가객들 사이에 등장한그는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이름도 얼굴도 낯선 존재였지만 단 세곡만으로 장내를 휘어잡았다.
이 무명의 늦깎이 가수는 갓 초례를 끝마친 새색시처럼 마냥 수줍어했다.어눌한 충청도사투리로 『그저 좋아서 이 길(가수의 길)로 나선 사람인데 이처럼 큰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라며어쩔 줄 몰라 했다.그러나 『하늘 가는 길』과 『찔레꽃』『국밥집에서』를 잇따라 뽑아내는 그의 열창으로 관객들과의 교감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장사익의 노래에는 참으로 묘한 울림이 있다.절규라기보다 차라리 통곡에 가까운 『찔레꽃』의 후반부를 듣노라면 그 어떤 절절한 사무침이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그런데 『찔레꽃』의 감동은 대상에 대한 사무침이나 단순한 슬픔에서 비롯된 것 이 아니다.
노랫말이 표현하는 것처럼 「노래하며 울고 춤추면서 우는」 경지에 이른 가수는 이미 슬픔의 감정을 극복했다.
「아 당신은 찔레꽃」이라는 순간적인 깨달음으로 끝맺는 마지막가사에는 삶의 맵고 쓴 맛을 모두 경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초월적인 감정이 스며 있다.그런 면에서 이 노래는 한국적인가요의 전형이다.
『찔레꽃』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국악을 전공한 장사익의 이력을 짐작케 하는 탁성이 섞인 목소리가 서글픈 분위기를 자아낸다.반주는 군더더기 없이 전적으로 임동창의 피아노와 김규형의 북에만 의존하는데 전통 판소리의 추임새와 같은 구 실을 한다.
절정부에 이르러 터져 나오는 장사익의 목소리에는 단순히 성량이 풍부하다는 말로서는 설명 못할 힘이 내재돼 있다.그 힘은 듣는 사람의 감정을 일순간에 자기 세계로 끌어들이고도 남음이 있다. 이 노래는 장사익의 데뷔음반 『하늘 가는 길』(95년.
예원레코드)에 첫 곡으로 수록돼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시중에서는거의 구할 수 없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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