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못읽는 학생 선천적 뇌장애 일종인 難讀症 일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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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글도 못읽는 중학생이 서울시내에만 3천여명에 이른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한국어린이육영회 치료교육연구소장 김양희(金良熙)박사는 남달리 안타까워한다.그런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뇌에서장애를 일으킨 부분만 찾아내 바로잡아주면 거의 완치가 가능한 난독증(難讀症)일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눈치도 말짱하고 다른 건 다 잘 아는데 유독 글씨만 못읽는다』고 부모가 호소하면 金박사는 일단 난독증이 아닌가 의심한다.그 어린이가 양손잡이거나 왼손잡이라면 난독증일 가능성은 더욱 높다.자녀가 자폐증이나 학습장애인 것같다며 金박사에게 데려오는 어린이들 중에도 알고보면 난독증인 경우가 적지않다.아직 책을 읽을 수 없는 나이의 어린이라도 좌우나 아래 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유독 박자감이 없다면 일단 난독증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金박사는 말한다.
또 난독증인 사람의 90%는 남자인데 이는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프랑스에서 언어치료연구소를 35년간 운영했던 金박사는 프랑스 어린이의 15~20%정도가 난독증이라고 전한다.그러나 부모 또는 학교마다 배치돼 있는 심리전문가가 10세 이전에 그 사실을 발견하기 때문에 대개 1~2년정도 치료하면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얘기다.특히 5~6세 무렵에 난독증을 발견하면 치료기간도 수개월 정도로 줄어든다.그러나 반대로 10세가 되도록 난독증이란 사실 을 몰라 치료하지 못하면평생 억울한(?)문맹(文盲)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난독증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조차 거의 없는 실정.金박사는 지난해 서울시내 초등학교 학습부진 어린이를 위한 특수학급에서 난독증 실태부터 파악한 뒤 치료해보려고 시도했으나 학교측의 비협조로 뜻을 이루 지 못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혹시 영재나 저능아가 아닌지 유난히궁금해하며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부모들도 정작 난독증 판별이 쉬워지는 예닐곱살 무렵이면 어쩔 도리없는 저능아나 장애아로 여겨엉뚱한 특수교육기관이나 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흔하더군요.』 金박사는 난독증 치료가 좀 늦어져 글씨를 쓰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학교육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정도의 지능을 갖춘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프랑스에서 난독증을 치료중인 학생이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를 때 전문가가 발급한 증명서만 있으면 철자법을 무시한채 그 내용만 평가해 합격판정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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