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미국 민주당 전대를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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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노(親노무현) 인사인 안희정 최고위원이 지난달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의 관전평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는 같은 당 전병헌 의원과 함께 지난달 25~28일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를 참관했다.

우선 그는 대회장인 인베스코 필드에 자비를 들여 찾아온 8만여 명의 열기에서 노사모와 촛불시위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2002년 타올랐던 노사모 정신도, 2004년 탄핵 반대의 촛불도, 2008년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도 결국 핵심은 참여하는 시민의 주권의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만 명의 시민이 오바마의 민주당에 기부한 4억 달러의 정치자금을 “미국판 노사모 돼지 저금통”에 비유했다.

다만 대중의 이런 열기를 정당에 대한 지지로 흡수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한국과 미국 민주당의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최고위원은 “시민의 참여를 담아낼 그릇으로 열린우리당(창당)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선거 때마다 간판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일을 이제 그만두고 당원이 들러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정당체제는 전당대회위원회가 만들어진 뒤 일반 시민들이 유권자로 등록하면서 조직화되는 일종의 무정형의 형태”라며 “역사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지자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정당체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털어놓았다.

이들 참관자는 전당대회 기간 중 미 민주당 관련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주의 연구소(NDI)’가 진행한 정책포럼에서도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전병헌 의원은 “전당대회라는 이벤트로 국민과 당원의 관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포럼을 통해 내용을 채우는 짜임새는 후보를 선출하는 데 급급한 우리나라 정당의 전당대회와 차이가 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4일간의 일정 중 이틀 동안 오바마의 경쟁자였던 힐러리와 클린턴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의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그의 인격을 폄훼하지 않는 태도는 상호존중과 통합 정치의 진수였다”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은 “오바마의 후보 수락 연설은 당내 정책 전문가들이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종합한 것이었다”며 “대선 후보가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한국 정치와의 차이였다”고 평가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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