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올림픽 이후 중국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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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을 본 사람들은 복잡한 행사를 훌륭하게 치른 중국의 주도면밀함과 중국인의 현명함, 메달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한 중국의 위상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중국은 올림픽을 세계 무대에 자국을 알리는 행사로 만들려고 했다. 티베트 시위와 성화 봉송 때 잇따른 시위는 중국의 이런 의도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비판 여론을 통제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림픽 성공적 개최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세계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인식은 중국 지도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경제적 성공에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은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했다. 서방 세계는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비판하며 중국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중국 지도자들은 잃어버린 존경심을 되찾기 위해 부심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중국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이제 올림픽은 끝났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은 “임무 완수”라고 말할 수 없다. 중국의 성취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진정한 강대국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력·군사력이 도덕적 힘과 보조를 맞출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진실과 개방성, 관용, 국민의 정부 비판 등을 인정하고 모든 방면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신장하는 사회와 지도국이 돼야 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자와 국민은 여전히 천안문 사태에 대한 정신적 부채 등으로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이를 없애려면 경제력·군사력에 더해 윤리적인 중국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2000년 이상 유교의 영향을 받은 중국으로서는 도덕적 리더십 확립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중국 정부와 국민이 과거를 두려움 없이 회고하고 근세사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돼야 할 것이다. 중국이 바로잡아야 할 근세사 사건으로는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 천안문 사태, 티베트 사태 등을 들 수 있다. 소련식 모델을 본뜬 산업화 정책의 실패로 1950년대 말 일어난 대약진운동은 노동집약적 산업화를 추구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무리하게 추진되는 바람에 수백만 명을 굶어 죽게 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문화혁명은 대규모 극좌 군중운동으로 1965년부터 10년간 중국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들 사건을 미화하거나 아니면 의식에서 지워버리려 한다. 그러나 이들 사건은 앞으로 자유롭게 논의돼야 한다. 이를 통해 마오쩌둥 식 공산혁명의 잿더미를 넘어 중국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중국 근세사의 역사적 교훈은 중국에만 한정되지 않고 미국의 최근 실패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서로 출발점이 다르지만 미국과 중국은 세계의 신뢰와 존경을 회복해야 한다는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두 나라가 도전에서 성공하려면 도덕적 실패를 직시해야 한다. 사람들이 올림픽 성공 이후 더 강력해지고 자신감에 가득 찬 중국에 불편해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권력과, 옳음과 그름에 대해 자기 비판적 성찰이 없는 중국을 위대한 나라로 인정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미국 지도자들도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국제사회의 새로운 존경과 자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나아가 올림픽의 성공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중국의 근세사를 더욱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중대 과제를 완수한 만큼 중국은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도록 새롭고 더욱 인간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

오빌 쉘 미국 UC버클리대 언론대학원장

정리=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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