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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구조 안전 문제 전문 기술사에 맡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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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 전 일어난 백화점 철골 붕괴(정확하게는 철제 비계 붕괴)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대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준다. 건물 소유자는 한두명일지라도 이용자는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천~수만명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물이기 때문에 신축 건물을 설계할 때는 물론이고 이를 보수할 때도 항상 구조안전이 강조된다.

하지만 순식간에 5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1995년 6월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부터 입주를 한달 앞둔 4층 연립이 주저앉은 광주시 오치동 다가구주택 붕괴, 서울 은평구 대조동 상가 붕괴, 그리고 건물 리모델링 중 일어난 종암동 빌딩 붕괴사고까지 아까운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불과 한달 전에는 유치원 천장 벽돌 구조체가 붕괴해 어린 생명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를 '구조안전 사고'라 부른다. 이러한 구조안전은 설사 건축 전공자라 할지라도 섣불리 손댈 수 없는 특수 전문영역에 속한다. 즉 고도의 복잡한 수치해석으로 계산한 다음 자신이 가진 기술지식을 총동원해 설계하고 평가해야 하는 일이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분야의 전문가를 '건축구조기술사'라 부른다. 수십층의 고층건물, 수십m의 공간을 갖는 극장, 운동장도 이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에 힘입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알면 깜짝 놀랄 일이 있다. 다수의 생명과 직결된 이런 중요한 일을 아무나 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현행 법(건축법)이 그것이다. 소위 인정기술자(적당한 경력만 있으면 이를 대신할 수 있다는 조항) 제도다. 이공계 분야에 대한 홀대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마저 묵과하는 현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오늘도 아슬아슬하게 건물을 짓고, "아마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건물을 이리 저리 헐고 뜯어고치는 현장을 볼 때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우리 사회는 왜 기술 전문가의 충고를 무시하는가.

나수철(포스트구조안전기술사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