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현장 불안하게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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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월중순을 고비로 노동현장의 움직임이 심상찮다.자동차 관련업계가 이미 쟁의발생신고를 마치고 17일을 기해 쟁의에 돌입할 예정이다.법외(法外)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12일 여의도 광장에 1천여 단위노조대표를 모아 투 쟁결의대회를갖고,22일엔 10만명 이상의 대규모 투쟁시위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왜 이런 대규모 투쟁을 일시에 벌이려 하는가.민노총의 법적 지위확보를 위한 세몰이 작전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자동차노조도민노총의 공식인정을 요구하고 있고,공공부문노동자대표자회의(공노대)의 잇따른 쟁의발생도 같은 맥락이다.결국 민 노총의 법적 지위인정을 위해 단위노조가 분규에 휘말리고 공노대가 연대하면서산업현장을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
이미 분규가 시작된 기아자동차의 한 부품업체때문에 세피아 자동차가 이달초부터 생산이 끊겼다.분규가 전체 자동차업계에 파급될 경우 일어날 사태는 불을 보듯 훤하다.가뜩이나 어려운 자동차업계의 수출은 줄어들고 국제경쟁력은 치명적 손상 을 입을 것이다. 업체가 어려우면 종업원복지수준은 더욱 떨어지고 불황국면에 들어선 전체 경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민노총의 위상강화를 위해 전국노조가 파업을 벌인다면 그게 과연 누구를 위한 연대고,무엇을 위한 투쟁인가.
지금 정부는 3자개입이나 복수노조허용등 법개정을 포함한 새 노사관계정립을 위한 구상을 추진중이다.그러나 진행중인 민노총이나 공노대의 투쟁방식은 옛날과 조금도 다를바 없다.기업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연대가 아니라 투쟁 일변도의 연대 파업이다.노동현장이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3자개입.복수노조 금지를 풀려야풀 수 없고 진보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입지마저 좁히게 된다. 산업현장을 볼모로 삼아 노동법개정에 압력을 가하려 해서는 안된다.토론과 대화를 통해 화합과 공존의 노사관계를 창출하는 합리적 자세를 보이는게 재야노조단체가 지금 취해야 할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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