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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 구호품' 긴급수송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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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로 부상한 어린이들이 26일 신의주에 있는 인민병원 병상에 누워있다. 재를 뒤집어쓴 듯 얼굴이 검게 그을리거나 폭발열기와 유리.돌 파편을 온몸에 맞아 큰 상처를 입고도 치료받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어린이들의 사진도 있으나 끔찍해 싣지 않았다. [신의주 AP=연합]

북한은 26일 용천역 열차 폭발 사고 피해자 치료 및 복구 지원을 위한 우리 측 구호 물자의 육로 수송을 거부하고 배편 이용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부상자 치료를 위한 의약품과 긴급 구호물자 전달이 늦어지는 등 차질이 예상된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북한은 이날 오전 판문점 적십자 직통 전화로 육로 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오는 29일 인천항에서 남포항으로 갈 예정인 정기 운항 선박 '트레이드 포춘'호 편으로 물자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기상 악화로 선박의 출항이 늦어져 긴급 구호물자는 일러야 다음달 1일에나 현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북한은 남측의 병원선과 의료진 파견 제의에 대해서도 거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육로를 통해 사고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물자 수송을 받아들일 경우 체제에 가져올 파장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한은 북측 제안에 따라 27일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시설 복구와 이재민 지원 문제를 협의한다.

정부는 이 접촉에서 북측이 이재민 수용 시설과 학교.병원 등 공공시설의 응급 복구를 요구해 올 것으로 보고 건설교통부 중심으로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북한에 긴급 구호 세트 3000개, 컵라면 10만개, 생수 1만병, 담요 3000장, 운동복 3000벌, 긴급 의약품 72종 등 1차분 구호품 지원 계획을 통보했다.

민주노총 등 9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는 이날 용천역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북녘 용천에 새희망'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또 시민.사회단체와 북한 구호 단체들은 27일 '용천돕기운동본부(가칭)'를 발족할 예정이다. 해외의 경우 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미국.호주 정부도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국제적십자사위원회(IFRC) 등도 지난주 조사단을 급파했으며, 모금활동과 구호단 파견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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