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名車, 중국 시장으로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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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BMW가 이달 중국 선양공장에서 생산, 출시한 318i

▶ 올해 전 세계 시장에 새로 출시되는 아우디의 럭셔리 세단 뉴A6

"배짱 없인 영광도 없다(No guts, No glory)."

최근 독일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본사에서 만난 엘마르 아담 아우디 전략담당 수석부사장은 중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 시장이란 호랑이를 잡으려면 그만한 투자 비용과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명품차들의 최대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의 아우디에 이어 BMW.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지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등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미국.유럽 시장과 달리 중국의 고급차 시장은 매년 20~40%씩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일본 미쓰비시 차 등과의 제휴를 포기하고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아시아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6일 전했다.

중국 시장의 선두 주자는 아우디다. 1988년 지린성 창춘(長春)에 제일기차(FAW)와 합작생산법인을 설립했다. 경쟁자들보다 15년 앞서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그 결과 아우디는 연 12만대 가량인 중국 명품차 시장의 절반을 선점했다.

아우디는 지난해 홍콩을 포함한 중국 시장에서 모두 6만3531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72% 늘어난 실적이다. 올 1분기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44% 늘었다. 오래 전에 중국에 진출했기 때문에 당 간부에게서 신흥 부호에 이르기까지 '고급차=아우디'란 등식이 자리잡고 있다. 아우디는 중국 전역 57개 도시에 96개의 최다 판매망을 갖추고 있고, 지난해부터 6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창춘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아담 부사장은 "중국 생산을 연 10만대로 늘릴 계획"이라며 "올해 뉴A6를 출시하는 등 고급차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 주자인 BMW 등 경쟁사들도 아우디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BMW의 지난해 중국 판매 대수는 1만8445대로 전년 대비 2.7배로 늘었다. 최고급 760Li모델은 1000대가 팔려 사양별 판매량 기준으로 전 세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BMW는 지난해 10월부터 선양(瀋陽)에 브릴리언스기차와 합작공장을 설립해 3.5시리즈 현지 생산에 들어갔다. 수년 내 연 3만대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현지 딜러망도 24개에서 55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공개한 BMW의 1분기 판매실적에서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은 3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벤츠로 세계 시장을 제패한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올해 안에 베이징기차(BAIC)와 합작으로 현지 벤츠 생산 공장을 착공하는 등 중국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로만 피셔 중국 합작법인 회장은 자동차 전문지 오토 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억유로를 투입해 내년 중반부터 벤츠 C.E클래스의 현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 2010년에는 연 2만대 시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8년 크라이슬러와 합병한 뒤 맞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중국에서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벤츠의 판매실적에서도 미국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10%의 부진을 겪은 반면 중국에서 판매량은 3100대로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외에 미국 GM도 자사 고급차 브랜드인 캐딜락을 올해 중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시장분석 업체인 월드마켓리서치센터(WMRC)는 "현지 생산 능력을 감안할 때 아우디의 독주가 앞으로 수년은 계속되겠지만 장기적으로 BMW가 아우디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잉골슈타트=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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