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세계적 화장품업체 경영 에스테 로더 여사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자신의 이름을 딴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를 창업한 에스테 로더 여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별세했다. 97세.

1998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의 천재 경영자 20명'가운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던 그는 "이 세상에 못생긴 여성은 없다. 단지 자신을 가꾸지 않고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성만 있을 뿐"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946년에 남편과 함께 세운 에스테 로더는 현재 2만15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세계 130개국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회사는 95년 뉴욕 증시에 상장됐으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8% 늘어난 51억달러, 순익은 66%나 증가한 3억1980만달러를 기록했다. "나는 하루도 내 물건을 팔지 않은 날이 없다"며 타고난 장사꾼임을 자처해온 그는 85년에 '성공한 이야기(A SUCCESS STORY)'란 제목의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1930년대 삼촌이 만든 얼굴용 크림을 팔면서 화장품 업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그는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로 직접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로더는 그걸 들고 미장원을 찾아다녔으며, 자신의 가게 앞을 지나는 여성들을 붙잡아 고객으로 만들었다.

창업 직후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 '삭스 핍스 애버뉴'에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브랜드를 키워나갔으며, 이후 '블루밍데일' 등 미국 내 다른 백화점과 런던의 해롯 백화점 등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갔다. 39년에 이혼했지만 3년 뒤 남편과 재결합한 그는 아들 둘을 두었다.

82년 남편이 사망한 뒤 두 아들과 함께 회사를 경영해 오다 9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맏아들인 레너드 로더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최고영업책임자(COO)로 있는 손자 윌리엄 로더(44)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를 예정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