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복서 백종섭 “그래도 링에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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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비운의 복서’ 백종섭(28·충남체육회·사진)의 도전이 다시 시작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복싱 라이트급(60㎏급) 8강전을 앞두고 기관지 파열로 경기를 포기했던 그는 복서로서 못 다 이룬 꿈을 향해 링에 복귀한다. 그 첫 단계가 다음달 전국체전이다.

지난달 말 퇴원 때 백종섭은 담당의사로부터 “최소 2주간 절대안정을 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다음달 10일 시작되는 전국체전에 출전하려면 최소한 한 달은 훈련해야 한다. 도체육회에서 급여를 받는 그로서는 연중 최대 행사인 전국체전을 접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눈앞에 링을 놓고 경기를 포기해야 했던 올림픽의 아쉬움을 풀고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그래서 지각 결혼식도, 입대도 모두 전국체전 이후로 미뤄놓았다.

통원 치료일(5일)에 백종섭은 의사로부터 링 복귀 허가를 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검사 결과가 잘 나와 하루빨리 링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대 후에도 백종섭은 글러브를 계속 낄 생각이다. 나이가 많아 상무 입대는 불가능하지만 공익요원인 덕분에 소속기관 허락만 있으면 훈련이 가능하다. 그는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꿈은 날아갔지만 복서로서의 꿈은 남아 있다. 꿈은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입대 시점이 빨라지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출판사 김영사의 박은주 사장은 백종섭의 눈물어린 사연에 감동해 성금 1000만원을 약속했다. 백종섭은 “주변에서 보여주신 과분한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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