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줄서기 다시 배워-연세대 문화인류학 수강생 실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5일 오전11시30분 연세대 학생회관 1층 공중전화 부스앞.
20여명의 학생들이 4개의 공중전화 부스에서 5 정도 뒤로 떨어져 한줄을 이루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한달전만 하더라도 각 전화 부스에서 이어지는 줄이 서로 꼬여통행에 불편을 주었지만 지금은 질서정연하다.
도서관 각층 화장실에서도 학생들이 복도쪽으로 한 줄을 이뤄 차례를 기다린다.
이같은 변화는 1학기 교양과목인 문화인류학을 수강하는 2백여명의 학생들중 일부가 시작한 「다시 생각하는 줄서기」라는 실습활동의 결과다.
대학생들이 유치원에서 배우는 줄서기등 기본 예절을 수업시간에새삼스럽게 익히고 있다는 것이다.
강사인 김현미(金賢美.33.여)씨는 지난달초 기말고사 대신 각자가 사회운동을 벌여 그 결과로 성적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이주호(李柱鎬.25.경영2)씨등 8명이 「줄서기 운동」을 택해 지난달 16일 「작은실천 연세사랑」이라는 소그룹을만들고 도서관 건물과 학생회관 등에 있는 화장실과 공중전화 부스앞에 줄서기 홍보물을 붙이는등 캠페인을 시작한 것.
바닥에는 형광색지로 줄을 유도하는 선을 그렸다.
수강생들은 줄서기 외에도 「성희롱의 공론화」「결혼문화 바꾸기의식개혁」「국악.클래식등에 관심 갖기」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있다. 줄서기 계도활동에 나선 김정효(金正曉.23.신방3)씨는『처음에는 호응이 없었지만 계속된 설득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