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심상찮다>6.커지는 무역외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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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겨울방학 직후인 지난 2월 서울에 있는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5학년 교실.담임 선생님이 해외여행 다녀온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하자 50명중 절반 가까이가 손을 들었다.
요즘은 신혼여행도 웬만하면 해외로 간다.심지어 동남아 골프여행이 국내에서 골프치는 것 보다 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해외여행은 더 이상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다.해외 유학생 수도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예년에는 경상수지 적자를 걱정할 때면 으레 해소대책은 수출을늘리고 수입을 억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무역외수지 적자가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한국은행이 수정 전망한 올 경상수지 적자(79억달러)가운데 무역외 수지가 무려 6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미 올 4월까지만도 무역외 적자가23억달러에 달했다.
국산 기술.상표 지명도가 약하다 보니▶외국 기술.상표의 도입에 따른 기술사용료.특허권.저작권료 지급(93년 14.1억달러→95년 23.9억달러)이나▶해외증권 발행 확대 등으로 외국에나가는 이자도 늘고 있다.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에서 쓴 돈은 계속 늘어난 반면 여행 수입은 예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외국에 나가는 여행객이 급증(올1~3월중 1백10만명으로 전년동기비 21%증가)하는데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씀씀이(1인당 1천5백4달러) 가 우리나라에 온 외국 여행객(1인당 1천3백46달러)보다 여전히 헤픈 것이 문제다.
상당수 기업들이 소비 고급화 풍조에 편승해 자기 상표를 개발,홍보하는 노력보다는 신발.넥타이에서부터 허드렛 옷까지 외국 유명상표를 도입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적자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무역외 적자는 규모가 크다는 것 자체보다는 그 추이가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자리잡고 있다는데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취약한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그 원인이다.
따라서 이제는 경제 주체들이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해외여행이나 유학.연수가이미 보편화됐다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계층의 지나친 해외씀씀이는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대(金榮大)한국은행 이사는 『개방의 폭,속도도 다시 한번검토해봐야 하지만 싹쓸이 쇼핑과 골프여행을 자제하는등 국민의식개혁운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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