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인터네트에 무기력한 당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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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터네트에 처음으로 북한 홈페이지가 등장했다는 보도(본지 3일자 3면)가 나간 후 본사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정보통신부.통일원을 비롯한 정부부처 관계자와 로이터통신 등 내외 보도진,일반 독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특히 일본의 NHK 방송을 비롯한 주요 민영 TV방송과지지(時事)통신,아사히(朝日).마이니치(每日)신문등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일본 언론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이제껏 북한 관련정보 통제에 자신들의 시각에서 보면 과민할 정도의 조치를 취해오던 한국정부가 과연 인터네트에 등장한,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하는 정보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하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 정부는 이적(利敵)표현물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한 대학 총학생회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면서 압수한 『전태일 평전』을 이적표현물로 규정한 것도 그런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네트를 통해 전혀 거르지 않은 북한정보가 안방까지 침투해왔는데도 관계당국은 해당 사이트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며칠간 걸려온 당국자들의 전화가 『북한 홈페이지 주소를알려달라』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초보자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주소를 말이다.
현재 인터네트가 보급된 그 어느 나라도 유해(有害)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뒷짐만 지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대책마련은 고사하고 문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는 곤란하다.
이제 당국은 인터네트 시대에 걸맞게 「하이테크」한 이적표현물단속 체제를 갖춰야만 한다.
유권하 국제경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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