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워터관련 의혹커져 클린턴 인기 한풀꺾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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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최근 우울한 소식만 접했다.과거 동업자 두명과 아칸소 주지사 자리를 물려받은 측근이 클린턴 자신의 부동산투기 스캔들인 화이트워터사건과 관련해 유죄평결을 받았다. 또 「중동평화 실현」이라는 외교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적극지원했던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총리는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게다가 인기도 한풀 꺾였다.지난 4월말 공화당의 대선주자인 봅 도울 후보보다 21%포인트나 앞섰던 그의 인기도가 최근 16%포인트로 좁혀졌다.
올초 민주.공화당의 균형예산 줄다리기로 연방정부 업무가 두차례나 중단됐을때 클린턴은 「재미」를 봤다.정부기능 마비의 책임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가 뒤집어 썼기 때문이다.
클린턴진영은 이후 공화당을 『과격하다』고 몰아붙이며 인기 상승곡선을 탔다.
그러나 화이트워터사건 평결로「클린턴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늘어났다.도울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클린턴의 도덕성과 인간성을 겨냥,흠집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말에는 90년 아칸소 주지사선거 당시 클린턴이 공금을 유용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 열리고 백악관 여행부처 담당자집단해고 사건(트래블게이트)에 대한 의회청문회도 속개된다.또 상원 화이트워터 조사위보고서가 오는 17일 공표된 다.
러시아 대선(오는 16일) 결과도 클린턴으로서는 가슴 조이는일이다. 그동안 노골적으로 지원해온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낙선할 경우 클린턴의 외교정책은 다시 타격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연장도 의회에서 문제가 될조짐이다.지적재산권 문제로 중국을 몰아붙이는 체하면서 MFN을연장해 준 클린턴의 「외교행태」를 공화당이 물고늘어질 태세기 때문이다.
선거일인 오는 11월5일까지 5개월동안 극복해야 할 이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진영은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다.『유권자는 대통령의 외교스타일이나 인간성보다 직업창출.범죄예방.교육투자 증대에 관심을 가진다』며 공화당의 공세에 대응 할 「무기」를 정책에서 찾고 있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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