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장을 뽑는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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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의장이라면 서로 대등한 입법.행정.사법부중 입법부의 장(長)으로서 실질적.상징적 국가최고지도자의 한사람이다.따라서 국민과 여야의원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당연히 그 자리에 앉아야한다.우리의 경우 다수당 소속이 의장이 되고,의 장이 된 후에도 당적(黨籍)을 가질 수 있지만 의장이 된 이상 그는 초당적(超黨的)입장에서 입법부의 권위를 지키고,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국회가 본래의 사명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나라에서는 국회의장의 권위와 존엄성이 제대로 유지되지도,인정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흔히 집권당의 날치기 악역(惡役)으로 야당의 공격대상이 되고,대등성을 보여야 할 행정부 長의 부하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입법부의 권위를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현상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국회의장이 다수당 총재인 대통령에 의해 사실상 임명되고 있기 때문이다.국민과 의원의 의견을수렴하는 아무런 과정없이 대통령의 지명→다수당에 의한 선출이란요식(要式)절차로만 의장이 탄생하기 때문에 의 장의 권위나 초당적 신임이 나오기가 어려웠다.
오늘 15대국회의 첫 집회에서도 종래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김수한(金守漢)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일방적 지명과 야당의 호응없는 여당만의 지지로 金의장이뽑히게 돼 있다.우리는 6선의 金의원이 앞으로 하기에 따라 역사에 남는 명(名)의장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그러나 국회의장이란 자리가 당총재에 대한 충성이나 계파성에 의해 결정될 수는없다고 믿는다.더욱이 金의원은 13,14대 연거푸 지역구에서 낙선하고 이번에 전국구로 당선됐는 데 전국구 국회의장은 지역구에 비해 그만큼 국민과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수당이 의장을 차지하더라도 당내의 의견수렴,각계 여론청취,야당의사타진 등을 공식.비공식으로 하고 국민이 그런 인선과정을보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과정이 있었던들 하는 아쉬움이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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