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들 로펌 취업 땐 공직윤리위 승인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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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부터 고위 공직자의 퇴직 후 민간기업 취업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퇴직 후 민간 기업체나 협회에 취직할 때 퇴직 전 5년간 맡았던 업무와 관련이 있으면 2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기존 ‘퇴직 전 3년간’을 ‘5년간’으로 늘린 것이다. 건축 담당 공무원이 특정 민간 건설업체의 인허가나 관리 감독에 관여한 사실이 있으면 그 업체에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판·검사와 변호사가 로펌(법률회사)이나 회계법인 등에 고액을 받고 취업할 때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확인이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보수가 연봉 1억~2억원 이상이면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대상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29일 입법예고한다. 대상은 국가·지방공무원은 4급 이상, 경찰·소방·세무공무원은 7급 이상이다. 개정안은 다음달 국회에 상정돼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다. 행안부 윤리담당관실 박진일 사무관은 “공무원들의 업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3년간 그만둔 4급 이상 1만1405명 중 18%(2037명)가 민간 기업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그동안 자본금 50억원 이상, 매출 150억원 이상 기업체·협회에만 적용했던 퇴직 공직자 업무 관련성 기준을 보수(1억~2억원) 기준으로 확대했다. 퇴직 전 업무와 관련 없는 업체에 취업하더라도 공직자윤리위의 확인을 받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매기기로 했다. 한국은행의 정책결정 기관인 금융통화위원회 추천직 상임위원 5명도 재산 공개가 의무화된다.

◇법조계 술렁=행안부는 명시적으로 퇴직 공직자의 로펌 취업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로펌 취업을 할 때 업무 관련성이 있으면 윤리위 승인을, 관련성이 없어도 취업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판·검사들은 법원·검찰 업무와 법무법인의 ‘업무 관련성’을 판단한다는 생각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들의 취업을 변호사법이 아닌 공직자윤리법으로 제한하는 부분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의 개정 취지는 경제부처 인허가 담당 공무원 등의 로펌행 등을 제한해 로비스트 역할을 막으려는 것인데 변호사 자격을 가진 판·검사들의 법무법인 취업까지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행안부 박 사무관은 “형평성 차원에서 변호사 자격 소지자에게만 예외조항을 둘 수 없 다”고 밝혔다.

양영유·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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