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도요타 덴소배는 ‘대륙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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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요타 덴소배 8강전에서 만난 목진석 9단右과 조선족 박문요 5단.

 23∼29일 도쿄 일본기원에서 열리고 있는 제4회 도요타 덴소배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4강에 한 명도 오르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세돌 9단은 중국의 셰허 7단에게 패하며 대회 3연패가 좌절됐다. 29일 열리는 준결승엔 중국 기사 3명(구리 9단, 셰허 7단, 박문요 5단)과 일본 1명(장쉬 9단)이 올랐는데 장쉬가 대만 국적임을 감안하면 결국 중국이 4강을 휩쓸었다고 볼 수 있다. 1988년 세계대회가 시작된 이후 20년 동안 한국이 4강에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첫 번째는 88년 제1회 후지쓰배, 두 번째는 2006년 제6회 춘란배였다.

23일의 1회전 때만 해도 한국은 쾌조였다. 8명이 출전한 한국은 일본 기사들을 상대로 연전연승하며 7명이 16강에 진출했던 것. 그러나 중국 기사들과 맞붙은 16강전부터 암운이 몰려왔다. 이창호 9단이 조선족 출신의 박문요 5단에게 졌고 박영훈 9단은 구리 9단에게, 박정상 9단은 셰허 7단에게 졌다. 막강 신예 한상훈 3단도 류싱에게 무너지며 한국은 이세돌 9단, 목진석 9단, 조한승 9단 3명이 8강에 올랐다. 많이 졌지만 이세돌 9단이 살아남은 것으로 자위하는 분위기였다.

27일 열린 8강전에서 비극이 벌어졌다. 맨 먼저 조한승 9단이 구리 9단과 접전을 벌인 끝에 260수 만에 2집반을 졌다. 곧이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이세돌 9단이 셰허에게 흑을 들고 292수 만에 2집반을 지면서 4강 진출이 좌절됐다. 셰허는 이 판까지 이세돌에게 3승1패를 거두며 새로운 천적으로 떠올랐다. 마지막에 목진석 9단마저 박문요 5단에게 199수 만에 불계패하면서 한국은 8강전 전원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도요타 덴소배에서 한국은 1회 이창호 우승, 2·3회 이세돌 우승으로 우승을 독차지했었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도요타 덴소배는 32강전부터 준결승까지 단숨에 치르고 결승전만 따로 열린다. 우승 3000만 엔, 준우승 1000만 엔. 4강 500만 엔, 8강 150만 엔 등의 상금이 있다. 29일의 준결승은 ▶구리 9단 대 장쉬 9단 ▶셰허 7단 대 박문요 5단의 대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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