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보다 축구가 좋아-청소년에도 월드컵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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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월드컵 공동개최가 확정된 다음날인 1일 낮12시20분 서울 경문고.수업 종료 벨이 울리기 무섭게 10여명의 학생이 운동장으로 몰려나가 자리잡기 경쟁을 벌였다.평소 같으면 농구장으로 향하던 이들의 발길이 닿은 곳은 양쪽 축구골대.
한발 늦게 뛰쳐나간 2학년 洪순기(16)군은 벌써부터 10여개 축구공이 정신 없이 날아다니는 골대에 도착했다.며칠전만 하더라도 이맘때쯤이면 발디딜 틈 없었던 12개 농구대에는 빈자리가 여러군데 눈에 띄었다.
월드컵이 청소년들의 미프로농구(NBA)열풍을 잠재우고 있다.
NBA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광풍처럼 일었던 농구열풍이 월드컵유치 이후 기세가 한풀 꺾인 것.
최근 축구 경기장에서 보디 페인팅으로 축구공을 얼굴 가득 그려넣거나 AC밀란 소속 말총머리 로베르토 바조의 얼굴 사진을 흔드는 10대 축구 매니어들이 농구장의 오빠부대 못지 않게 열광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일.농구의 신(神) 마 이클 조던 못지 않게 바조에 열광하는 10대들의 변화가 두드러진 것은 중.고생들의 스포츠룩(의상).
서울압구정동이나 이화여대 주변 스포츠룩 매장에서도 한장에 10만원 가까운 축구 유니폼이 인기 판매 품목이다.
서울 경문고 2학년 安모(16)군은 『지난해만해도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시카고 불스의 붉은 유니폼 유행이 점차 AC밀란이나 유벤투스 휘장이 새겨진 축구 유니폼 패션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PC통신 축구 관련 동호인 모임 토론방에도 월드컵 유치이후 10대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홍콩 스타TV나 국내 스포츠 케이블TV등에 등장하는 외국 유명 축구클럽 선수들의 기량을 보고 하루에도 1백여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구정고 李학섭(33)교사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월드컵유치를 둘러싼 사회의 관심 고조가 곧바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같다』고 분석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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