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 代이은 가족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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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장남).한정분(언니).한정순(동생) 박재영(3남)씨와 계명대 동산병원 강구정 교수.(왼쪽부터)

어머니와 아들이 각각 자신의 간과 신장을 떼내 형제와 나눠 가졌다. 2대에 걸친 진한 가족애다.

주인공은 지난달 29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부분 간이식 수술을 통해 언니 한정분(韓精粉.56.대구시 서구 비산7동)씨에게 간을 기증한 한정순(韓正順.52.대구시 서구 원대1가)씨.

韓씨는 2002년 B형 간염을 진단받은 뒤 간경화로 악화돼 고생하던 언니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하기로 결심, 동산병원에서 수술 받은 뒤 건강하게 회복중이다.

韓씨의 결심을 끌어낸 것은 뜻밖에도 아들이 보여 준 헌신적인 사랑이었다.

그의 큰아들 박재홍(28)군이 2001년 3월 만성 신부전을 앓고 있는 삼남 재영(23)군에게 기꺼이 신장을 기증한 것. 두 아들은 현재 건강하게 사회 생활을 하고 있다.

간을 기증한 韓씨는 "두 아들이 서로 신체를 나눠 갖는 우애가 이번에 간을 기증하는데 큰 힘이 됐다"며 "8남매 중 오빠와 남동생이 간경화로 사망한 것도 마음이 아팠는데 언니까지 간이 좋지 않아 꼭 살리고 싶었다"며 병상에 있는 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간을 이식 받은 언니 정분씨는 "10여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는 동안 의사 선생님이 몸소 헌혈하는 등 의료진이 베푼 사랑과 관심에 어떻게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새로운 삶은 남을 생각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생체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강구정(姜求正.44.외과)교수는 "한정분.한정순 자매는 수술 20여일이 지난 현재 둘 다 건강하다"며 "가족간 사랑이 환자 치료에 큰 힘이 된 것같다"고 말했다. 한편 동산병원 간이식팀은 지난 22일 부분 생체 간이식 성공에 대한 자축연을 갖고, 이들 자매에 기념품을 전달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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