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北 피해지원 즉각, 실질적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와 관련,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발빠르게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정부는 100만달러 상당의 구호품을 지원키로 했고, 민간단체들도 단둥(丹東) 등에서 구호물자를 구입해 현지로 보내고 있다. 이처럼 민.관이 합심해 대북 지원을 벌이는 것은 처음있는 일로 향후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측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실종자 154명에 부상자 1300여명이라고 한다. 매몰된 사람이 많아 사상자 수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매우 심각한 참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학교가 불에 타 어린 학생들이 76명이나 집단 희생을 당해 더욱 안쓰럽다. 북한 당국이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국제사회의 지원을 공식 요청한 것도 재앙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미국을 포함, 국제사회가 적극 지원에 나선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한 지원들이 피해수습에 즉각적이고도 실질적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3일이 지났는데도 의약품이나 구호식량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태라고 한다. 이 때문에 화상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숨져 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돕겠다는 의욕과 말만 무성할 뿐 정작 현지엔 따뜻한 손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원이 지연되는 이유는 북측의 폐쇄정책 탓이 크다고 판단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왕 지원할 바엔 보다 실효성있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다각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황이 끝난 뒤 지원품이 전달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우리 측의 피해 지원은 현재 적십자사를 창구로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나 이로는 부족하다. 피해규모로 볼 때 양쪽 정부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경제협력추진위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당국자가 즉각 만나 지원에 필요한 인적.물적 내용과 통로 등을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차제에 남북 간 상호 재난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검토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