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낸 세금을 또 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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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서울의 각 구청이 체납세 정리를 위해 발부하고 있는 고지서 가운데는 행정착오가 수두룩해서 각 구청세무과에는 하루 평균 3백여통의 항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한다.귀찮고 짜증나는일이기는 하지만 영수증등이 있어서 행정착오임을 밝혀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분명히 냈지만 영수증이 없어져 꼼짝없이 또한번 내야 하는 사람은 정말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일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 해묵은 일이며 지방세 부과때만이 아니라 국세부과과정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도,지방자치단체도 이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찾으려 하지 않고 있다.
행정당국자의 말은 영수증을 3~5년간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이 말이 틀리지는 않는다.그러나 실제로 각종 영수증을 몇년치나 꼼꼼히 정리해 보관해두는 일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그렇다면 국민들이 그런 수고를 안해도 좋은 방안을 궁리해내는 것이 행정의 도리이며 자세일 것이다.예를 들어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상.하수도 요금고지서에 체납여부를 알려주는 항목을추가한 바 있다.이렇게 되면 시민들이 체납사실을 오랫동안 까맣게 모르고 있을 수도 없고 행정착오 가 있었더라도 그때그때 시정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었다.세금이나 다른 공과금부과때는 왜이런 방법을 쓰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요즘처럼 세무행정이 전산화된 시절에도 여전히 착오가 많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무원들이 미숙하거나 성의가 없었기 때문일것이다.최근 도세(盜稅)사건이 많은 것을 보면 개중에는 세금횡령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그런데도 공 무원들은 세금2중고지로 해서 어떤 징계나 처벌도 받지 않는다.「착오였다」면그뿐이다.이러니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교육을 강화하면서 행정착오에 대해서는 책임도 물어야 한다.
3~5년씩 영수증을 보관하는게 번거롭기는 하지만 시민들도 영수증을 꼭 받고 보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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