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대출금 160조 올해가 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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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70%에 가까운 160조원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각 은행은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를 깎아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 대책은 회생 가능성이 큰 일부 중소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돼 중소기업 신용대란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36조4000억원으로 이 중 67.6%인 159조8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가계대출 105조원의 1.5배에 달하는 것이다.

더욱이 은행권은 중소기업의 영업실적이 악화하자 중소기업 대출을 계속 줄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2002년 월평균 3조4000억원에 달했으나 2003년에는 2조7000억원으로 줄었고 올 들어 3월까지 2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주로 만기 1년짜리 운전자금 대출이 많아 은행이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당장 파산 위기에 몰릴 기업이 많다"며 "그러나 은행으로서도 내수가 회복될 기미가 아직 뚜렷하지 않고 원자재 가격상승까지 겹쳐 중소기업 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달 5000여개 중소기업의 실태를 조사한 뒤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중소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과 신용보증 확대 등의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된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은행들이 퇴출이나 업종 전환,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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