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유지.보수관리 부실 설계 50년 실제수명 2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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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파트 유지관리가 엉망이다.
제때 교체하지 않다보니 급수관이나 난방관이 녹 투성인데다 같은 단지내의 각 아파트 수선비용마저 들쭉날쭉이고, 수선을 위해평소 적립하는 특별수선 충담금도 실제 소요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50년은 견디도록 설계된 아파트가 20년 정도만되면 헐어야할 판이어서 국가적인 자원낭비가 심하다.
주민들이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유지관리를 소홀히 하는데다 체계적인 유지.보수 전문회사도 없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것이다. 주택공사가 3월 한달간 서울소재 10년 이상된 고층아파트 10개 단지를 대상으로 유지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 A아파트의 경우 급수관 내부가 녹슬어 원래 40㎜던관 지름이 25㎜로 줄어 세탁시 녹물이 섞여나오고 수압 이 크게 줄어 물이 제대로 안나온다.
여의도 C아파트 역시 난방관 부식이 너무 심해 3㎜의 두께가양철판처럼 얇아져 0.5㎜로 줄어들다보니 난방효율이 급격히 떨어져 있다.
20년가량 된 송파의 K,L아파트는 규정상 준공 15년후 관을 교체해야 하는데도 재건축을 의식,올해들어 외부코팅 혹은 교체준비 작업에 들어갔다.외벽페인트는 조사대상 아파트가 모두 엉망으로 관리되고 있다.
원래 5~7년마다 도색해야하나 거의 모든 아파트가 지을때 칠했던 페인트 그대로이거나 10년에 한번쯤 바른 게 고작이다.따라서 습기가 콘크리트 안으로 침투해 건물수명이 단축되고 심할 경우 철근까지 부식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유지보수를 위한 특별수선 충당금도 송파의 K아파트는 평당 86원인 반면 서초의 M아파트는 평당 5백원으로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적립금 자체가 부족해 별도의 주민 갹출금 없이는 수선이불가능한 실정이다.
주공 박신영(朴信映)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아파트가 20년되면 부수고 재건축한다는 주민들의 잘못된 의식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며 『주민들이 언제 뭘 교체하고 어떻게 보수해야하는 지물어볼 데가 없기 때문에 유지.수선을 담당하는 전문회사 육성이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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