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노벨상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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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공공선택이론과 헌법경제학의 창시자인 제임스 뷰캐넌 미국 조지 메이슨대 교수가 한국경제연구원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그는 27일 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의 공병호(孔柄淏)산업연구실장과 특별 인터뷰를 갖고 『 한국의 번영은 제도 개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또 미국.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생산성은 60년대를 피크로 낮아져 왔다고 지적하며,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신흥국은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복지국가 모델 선택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인터뷰를 단독 게재한다.
-1919년 미국 테네시주 머프리스보로 출생 -1948년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62~현재 공공선택학회 운영 -1983~현재 조지 메이슨대 공로교수 -1986 노벨경제학상 수상 -저서:『동의의 분석』(1962)『자유,시장,그리고 국가』(1985)『헌법적 질서의 경제학과 윤리학』(1991)『윤리와 경제진보』(1994)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공공선택이론은 어떤 학문인가.
『공공선택이론은 경제학의 방법론을 정치적인 구조에 확대적용한것을 말한다.이 이론은 정치가나 관료들 역시 기업가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따라서 정치가나 관료가 자신의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 한다고 가정하는 전통적인 정치학과는 아주 다르다.』 -쉽게 말해 「정치이론의 경제학」인가.
『그렇다.왜냐하면 정치가나 관료의 행동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제모델로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계에특별한 기여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통적인 경제학은 시장에서의 선택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있다.그러나 나의 이론은 경제학의 분석 범위를 입법부와 행정부에까지 확대했다.』 -「제도가 문제」라고 말할 정도로 법과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경제학에서 법과 제도의 중요성은 이미 애덤 스미스 때부터 강조돼왔다.다만 그동안 경제학자들이 법과 제도의 역할을 가볍게여겨온 점이 문제였다.
스미스는 한 국가의 부(富)는 자유 시장경제로부터 나오고,시장경제는 재산권.계약과 같은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그리고 정부의 진정한 역할은 그 틀을유지.보전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90년대 들어 법과 제도를 강조하는 「헌법(제도)경제학」이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아는데.
『헌법경제학은 법과 제도의 선택에 관한 경제학이다.전통경제학은 주어진 법과 제도 틀 안에서의 선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헌법경제학은 법과 제도 그 자체의 선택을 다루는 경제학이다.』 -법과 제도의 선택이냐,아니면 법과 제도 안에서의 선택이냐에 따라서 정부의 역할도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전통경제학은 정부의 역할을 더 효율적인 자원배분에서찾았다.하지만 법과 제도 그 자체의 선택을 다루는 헌법경제학은정부의 역할을 더 나은 법과 제도의 선택에서 찾는다.헌법경제학은 자원배분에 간여하는 것을 정부의 능력밖으로 간주한다.』 -헌법경제학에서 말하는「헌법」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헌법이란 용어는 매우 포괄적이다.법률가들이 생각하는것처럼 한 나라의 헌법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행동이나 생활을 제약하는 모든 법과 제도.관습.규범,그리고 행동규율을 포괄하는말이다.』 -헌법경제학의 관점에서 한국의 개혁을 진단한다면.
『지난 7년 동안 동유럽 국가들은 사유재산권의 보장이나 민영화 등을 통해 제도개혁을 시도해왔다.그러나 개혁이 쉽지 않았던이유는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골격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해 어느 시대나 모든 나라들의 목표는 법과제도의 개혁을 추구하는 제도개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인에게 제도개혁은 쉽게 이해된다.왜냐하면 정부도 헌법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정부가 헌법에 의해 제한된다는 사실은 생소할 수도 있다.』-제도 개혁은 어떤 결과를 추구하는 결과지향적 개혁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는가.
『결과지향적 개혁은 어떤 이상적인 상태를 달성하기 위하여 시장의 운영 그 자체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흔히 자원배분을 통한 개입의 경우에 해당한다.하지만 제도 개혁은 법과 제도의 개혁이란 면에서 결과지향적 개혁과는 아주 다르다.』 -제도개혁에대한 합의를 이루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어느 시대의 개혁이든 합의를 이루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사람들은 제도개혁의 결과가 가져올 손익에 대해서 사전에 미리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에 있다.따라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보편타당한 제도개혁의 불가피성에 동의하게 된다.이때 설득과 토론이 힘을 발휘한다.』 -특히 기득권자들은 이러한 개혁에 대해 비우호적일 것 같은데.
『제도개혁으로 이익을 확연히 누리는 측이 있다면,그들이 손해를 보는 측에 충분한 보상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이익단체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이익단체의 역할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익단체들의 압력은 불가피하다.다만현재와 같은 정치질서 안에서 이익단체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관철할 수 있다.그러나 제도개혁이 성공한다면 정부의 행동은 헌법적 구조나 골격 안에서 제한된다.결과적으 로 특정 이익집단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모든 종류의 법과 제도는 제약을 받게 된다.』 -제도개혁은 결과가 단기(短期)에 나타나지 않는다.그러나 유권자들은 변덕스럽고 정부를 맡는 정치적 임명자들의 임기는 아주 짧다.이런 상황에서 제도개혁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헌법적 구조를 갖춘 민주주의는 무제한적 민주주의와는 다르다.제도 개혁은 제한적 민주주의를 말한다.여기서 이야기되는 헌법적 사고나 개혁은 모두가 장기적인 시야와 안목을 필요로 한다.
정치가와 국민 모두 단기적이고 협소한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그런데 20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야가 아주 좁다.오히려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살았던 사람은 현 세대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가졌던 것 같다.
이 점이 본인도 걱정하는 부분이다.』 -경제제도 개혁과 관료.정치제도 개혁간의 관계는.
『미국만 하더라도 우체국은 절대적인 독점을 유지하고 있다.우체국 사업의 민영화에 가장 거세게 저항하는 집단은 노조다.
개혁의 승패는 대중이 이같은 정부의 활동영역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대중의 태도에 따라 정부영역의범위가 결정될 수 있다.관료제도나 정치제도의 개혁을 시도하는 전략의 하나는 대중의 태도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요즘 사람들 너무 근시안 -한국의 정당들은 특정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이러한 정치적 시장분할을 극복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어떤 것이 있겠는가.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캐나다,그리고 미국에서도 지역분할 상황이 엄연히 존재한다.중앙정부의 권력을 가능한 한 분산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그리고 정치적인 룰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들이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하는 방법을 찾아 야 한다.
또 가능한 한 지방정부로 권력을 분산하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책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적 경쟁이다.이것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정치시장은 경제시장에 비해서 불완전하다.따라서 경쟁이 충분히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권력을 이양하면 할수록 정치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지방정부로의 분권화가 정치시 장에 경쟁압력을 불어넣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럽 선진국의 생산성은 60년대에 최고였다.이는 복지국가의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신흥국은 지금이 미국이나 유럽의 60년대라고 생각한다.복지국가 모형의 선택에서 대단히 조심해야 한다.』 만난사람=공병호 한국경제硏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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