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競選 갈팡질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7일 민주당사에선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오전8,9시홍성우(洪性宇)최고위원과 이기택(李基澤)상임고문은 각각 오는 6월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권 후보로 경선에 나설 것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두 사람 모두 『내가 당선돼야만 민주당이 살 수 있다』며 목소리를 드높였다.당내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듯했다.그러나 기자회견이 끝난지 5시간도 채 못돼 허겁지겁 기자실로 달려온 김원기(金元基)공동대표는 『양쪽이 장을병(張乙炳)공동대표를 당 대표및 총재로 추대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봤고張대표도 이를 수락했다』고 급선회했다.『생각해보니 역시 張대표카드가 무난하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張대표로 굳어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金대표가 기자실을 떠난지 20분후 李고문계의 장경우(張慶宇)최고위원이 기자실을 찾아와 『金대표가 말한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張대표는 『아직 전당대회때까지 시간이좀 남았으니 張대표 추대를 서로 논의할 수 있다는 얘 기지,결코 합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서로가 오락가락 갈피를 못잡는양상이었다.결국 이날 오후5시 마감된 당권 후보등록에는 張대표를 비롯해 李고문.洪최고위원이 모두 등록했다.
완전 합의결정이 되면 그때 가서 후보사퇴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李고문과 洪최고위원측이 경선포기쪽에 관심을 보인 흔적은 분명히 있다.26일 밤과 27일 오전 양측의 메신저들은 『어느 쪽이 되더라도 당이 깨지게 되는 것 아니냐』며 차선책을모색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앞으로 남은 8일동안 양 측의 이해가다시 틀어지게 되면 언제든지 경선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