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중국의 연구에 당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예선 결승>
○·홍성지 6단(한국) ●·구링이 5단(중국)

제3보(31∼47)=31로 막아 수상전이다. 수상전이란 한쪽이 반드시 죽는 것. 초반에 이런 극렬한 수상전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변화가 미완성이고 아직 연구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와중에 던져진 34는 부분적인 악수. 수를 늘리는 데 하등 도움이 안 된다. 35가 좋은 수로 ‘참고도1’ 백1로 뻗어도 흑2를 적시에 선수하고 4로 끊으면 백은 수만 줄어들게 된다(이런 좋은 수가 노타임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중국 측이 이 변화를 깊이 연구했음을 느낄 수 있다). 긴급히 수를 조이고자 했지만 36은 상당한 실수다. 이미 수상전은 백이 졌다. 그걸 인정한다면 ‘참고도2’ 백1로 그냥 잡고 귀의 백은 순순히 내주고 선수를 잡아야 했다. 37에 이은 43이 기억해둘 만한 수상전의 맥점. 백은 유가무가(有家無家)로 잡혔고 게다가 44가 불가피해 후수마저 잡게 된다.

아무튼 길고 긴 변화는 44에서 종료됐고 백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얼핏 보면 흑이 실리를 차지하고 백은 외곽을 두텁게 만들어 할 만한 변화로 보이지만 불행히도 흑▲ 두 점이 백의 세력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한 쪽(중국)에 연구가 부족한 쪽(한국)이 당한 전형적인 케이스다. 45는 우세를 확인한 수.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