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금오신화" 김시습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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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초의 한문소설이 뭐냐고 물으면 김시습(金時習)의 『금오신화』라고 대답한다.학교에서 그렇게 배운 것이다.그럼 『금오신화』는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졌느냐고 물으면,그 형식은 중국의 『전등신화』를 본뜬 것이긴 하지만 수려한 문장으로 죽 은 자와 산자의 교감을 애틋하게 묘사한 훌륭한 전기문학(傳奇文學)이라 대답한다.그것은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등의 작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안다.이 정도면 1백점인 것이다.그러나 그걸 읽어 보았느냐고 물으면 손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마찬가지로 최초의 한글소설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길동전』이라고 대답할 사람은 많다.내용도 다 꿰고 있다.그러나 동화나 만화로 각본화된 것을 읽었기 십상이다.『레미제라블』을 『 장발장』으로 읽었듯이 『춘향전』『심청전』『변강쇠전』을 다 그런 식으로 읽지는 않았을까.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직지심체요절』이다.세계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게 해주는 그 책을 우리는 자랑스러워하며 외웠던 것이다.그러나 그 책의 내용을 대강이나마 꿰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될까.그러면서도 우린 그 책을 돌려달라고 프랑스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내용을 아는 것과 그걸 돌려달라고 말하는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긴 하다.하지만 애정을 갖다 보면 저절로 그 내용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게 되는 것 아닐까.소설 쓰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적잖은 사람들로부터 뭐 재미있는 책없겠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다 그 책이 그 책 같아 재미가없다는 것이다.소설을 읽고 싶거들랑 완역본 『금오신화』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그 리고 원전 『홍길동전』『춘향전』순으로 읽으라고 권한다.그것들이 그냥 유명한 게 아니다.우리의 여름을 확실하게 책임질 놀랄만한 재미와 교양의 보고가 바로 그 소설들인것이다. (소설가) 구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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