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해진 납세자 … 국세청 쩔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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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무서 ○○○씨는 왜 그리 불친절하고 권위적인가요.”

“민원을 넣었는데 한참을 지나도 답이 없습니다. 무슨 일을 그렇게 하나요.”

납세자들이 당당해졌다. 한때 공안기관만큼 국민을 주눅 들게 했던 국세청의 담당 공무원 실명을 거론하면서 업무처리 행태를 질타하고 있을 정도다. 국세청의 인터넷 홈페이지(www.nts.go.kr)의 ‘고객의 소리’ 코너를 통해서다.

특히 ‘불만사항’ 코너엔 실명 인증을 통해 글쓴이의 신분을 드러내야 함에도 예전 같으면 말도 못 꺼냈을 노골적인 불만과 비판을 적고 있다. 상당 부분이 세무 공무원들의 불친절과 관련한 것이다.

종합소득세 문제로 세무서에 전화를 했다는 A씨는 “금액이 많이 나와 이상해서 문의했더니 담당자가 너무 권위적으로 대답하고 이야기가 듣기 싫은지 전화기가 고장 난 척했다”고 밝혔다.

늑장 업무처리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지방에서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에 대해 빠른 조치 민원을 넣었다는 B씨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당한 상황을 자세히 써서 접수시켰는데 글이 삭제되고 16일이 지나도록 영수증을 못 받았다”며 “무슨 업무처리를 그렇게 하느냐”고 따졌다.

공무원의 안이한 자세를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투기를 통한 1억원대 탈세를 제보했다는 C씨는 “담당자로부터 액수가 적으면 조사를 나가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며 “그렇다면 홈페이지의 신고센터는 왜 있는 거냐”고 꼬집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시정 조치를 했다” “주의하겠다”는 답변을 꼬박꼬박 올리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섬기는 세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공개적인 민원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세무 공무원 사이에선 “격세지감을 느낀다” “실제 업무처리에 비해 과도한 비판을 당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나친 민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납세자가 우선인 시대”라며 “업무와 행정처리 과정을 소상히 설명해 민원인의 신뢰를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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