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방공체제 안보불감증-신도시 경보시설 전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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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공군 李철수(30)대위가 미그기의 기수를 남으로 돌렸던 23일.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지역에서는 실제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지만 90년대 들어 건설된 분당.일산.평촌.산본.
중동 등 신도시를 비롯한 일부지역에서는 사이렌이 들리지 않았다.90년 이후 정부가 경보시설을 확충하지 않아 신도시 지역에는경보시설이 전무한데다 전국인구에 비해 시설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실제로 적이 기습했다면 주민들은 엄청난 피해를보게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내무부 산하 중앙민방공경보통제소와 서울시경보통제소가 갖추고 있는 경보시스템이 서로 달라 연습상황을 훈련.실제상황으로 인식해 사이렌이 울리는 등 어처구니없는 장애가 발생해 평소수동시스템에 의존해온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경계경보시설=인구 7백80여만명인 경기도의 31개 시.군에경계경보시설이 있는 곳은 수원시 9곳,성남시 4곳,고양시와 안양시 각 6곳,군포시 1곳 등 89곳 뿐.분당.일산 등 5개 신도시와 대다수의 읍.면은 경보시설이 전무한 실 정이다.이는 설치기준이 인구와 관계없이 「읍이상 지역」으로 모호하게 규정돼있는데다 91년 이후에는 증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경보시설도 오래된 구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내무부에 따르면 전국 7백6대의 경보시설 가운데 4백64대 가 설치 10년이 지난 낡은 모터식으로 사이렌을 내는 기능만 하고 있어 화생방훈련 등 경보 종류까지 알려줄 수 있는 전자앰프식으로 바꾸는 작업이 시급하다.더욱이 이들 경계경보시설은 가청(可聽)거리가 반경 0.
8~1㎞밖에 안되는 등 성능이 약해 가청률이 78~72%선에 그치고 있다 ◇부실한 운영=내무부 산하 오산 「중앙민방공경보통제소」의 자동경보시스템과 서울시경보통제소의 시스템은 회로구성과신호체계가 서로 달라 오작동이 많다.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시.
군은 중앙경보통제시스템과 같은 기종을 도입,운영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94년12월 민방공시스템을 자동화하면서 최신기종 도입을이유로 내무부와 다른 기종을 도입했다.때문에 서울시의 자동경보기는 민방공 연습상황인데도 이를 훈련 또는 실제상황으로 오인,사이렌을 울리기도 해 평소 자동경보시스템의 전원을 끄고 수동시스템에 의존해왔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양측은 95년 두 시스템을 연결하는 중개장치까지 개발했으나 장애 발생이 계속되자 그대로 방치했다.각 시.도의 경보통제소와 방송국간의 협조체계가 정착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중앙 통제소가 KBS 등 4대방송국에 최초로 비상대기를 요청한 것은 23일 오전10시52분.이어7분 뒤인 10시59분 경보발령을 요청했으나 내부협의가 늦어져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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