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수는 국력…인구 대비 金은 자메이카가 1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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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은 국력이다.” 스포츠는 체력과 기술로 승부를 겨루는 신체 운동이다. 결과적으로 올림픽은 참가국들이 국력을 견줘 보는 싸움터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도 전쟁터였다. 판정 시비, 약물 사용, 광적인 응원, 승부 조작 논란….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신조는 ‘폴란드 망명 정부의 화폐’가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우승’을 인정하지 않는다. 비공식적으로 중국이 금메달 수 1위로 우승했다. ‘초강대국 예비 후보’인 중국이 일단 ‘스포츠 초강대국’으로 등극했다. 메달 빛깔을 따지지 않고 총 메달 수만을 세는 AP 통신 등 미국식 방식으로는 미국이 중국을 앞섰다.

소련 붕괴 후 미국이 국제 정치나 올림픽에서 유일 초강대국이었다. 포스트냉전기가 재편되는 조짐을 반영하듯 올림픽도 미국의 독무대가 아니라는 게 베이징에서 확인됐다.

스포츠 국력 싸움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격화될 것이다. 중국은 1위를 목표로 2004년 이래 7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다음번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영국도 자국에서 열리는 잔치에서 메달을 더 많이 따기 위해서 6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옛 소련의 영화를 복원하려는 국제 정치 행태가 엿보이는 러시아는 스포츠에 있어서도 대반격에 나설 것이다. 이래저래 다음 올림픽은 1, 2, 3위 싸움이 유례없이 치열할 것이다.

이처럼 메달 경쟁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고 국수주의를 유발한다. 그래서 순위 매기기를 하지 말자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 왔다. 폐지 대신 대안도 제시됐다. 은메달 100개가 금메달 1개보다 못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금보다 갚진 동”이라는 말도 있지만 금·은·동을 똑같이 보는 미국식도 문제다.

최근 네티즌·블로거들이 나서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사업가 마이클 러치스는 금메달 5점, 은메달 3점, 동메달 2점으로 총점을 내자고 주장한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작가인 제프 클라인은 금메달 4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을 제안한다.

호주에 사는 병리학 연구자인 사이먼 포사이스는 메달 따기가 인구가 많거나 경제력이 앞선 나라들에 유리하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포사이스는 특히 미국이 1위를 독식하는 기존 방식이 싫었다고 한다. 그는 인구 100만 명당 금메달 획득 수로 새로운 랭킹을 만들었다. 그 결과 1위는 자메이카(2.16개), 2위는 바레인(1.4개)이다. 한국은 0.22개로 18위다. 31위인 미국(0.1개)이나 45위인 중국(0.03개)에 앞선다. 포사이스는 국내총생산(GDP) 10억 달러당 금메달 수로 랭킹을 매기기도 했다. 짐바브웨가 452개의 메달을 따 1위였다.

참가의 정신을 다른 각도에서 되살리는 시도도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빌 맬런은 정형외과 의사이자 올림픽 사학자다. 그는 메달 수상자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참가한 11만 명에 달하는 선수의 기록을 수록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올림픽은 국가들이 전쟁을 통하지 않고 국력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무대다. 수백 개 부족으로 구성된 국가들엔 민족정체성을 확립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메달 경쟁의 긍정적인 면이다. 따라서 올림픽 정신 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메달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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