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 7번째 금 ‘판정 논란’ 소용돌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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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 올림픽 8관왕 마이클 펠프스의 접영 100m 우승이 승부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16일 치러진 문제의 경기는 펠프스가 0.01초 차로 세르비아의 밀로라드 카비치에게 역전승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유럽 언론이 연속해 찍은 2장의 수중 사진에는 마지막 순간 카비치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먼저 들어온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올릭픽의 공식기록 측정업체인 오메가는 펠프스의 스폰서이기도 해서 조작 의혹을 낳고 있다.

오메가는 승부를 확실히 판독할 수 있는 수중 비디오 이미지 공개를 거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미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승부 시비가 일자 오메가는 경기 직후 수중 비디오 이미지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날 늦게 국제수영연맹(FINA)이 반대한다며 비디오 공개 방침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메가는 관례로 수중 비디오 이미지를 언론에 제공해 왔다는 게 NYT의 주장이다. 1932년 이후 각종 올림픽 경기의 기록을 도출해 온 오메가는 전자 시간 측정기와 함께 보완 장치로 4대의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펠프스는 다른 유명 선수와 함께 오메가로부터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받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오메가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NYT는 “숨길 게 있든 없든, 오메가가 불필요한 의혹을 낳게 함으로써 자신과 펠프스의 명성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 레지나대 스포츠윤리학자인 데이비드 맬로이는 “승부 시비를 잠재울 수 있는 최종 심판이 펠프스와 오메가는 물론 미국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메가 측은 경기의 승부를 판단하는 데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펠프스의 우승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또 경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세르비아 선수단에게는 문제의 수중 비디오 이미지를 보여줘 이들로부터도 승부 판정에 승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오메가는 밝혔다. 아울러 수중 비디오 비공개 결정은 FINA가 내린 것으로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게 오메가의 해명이다. 전자 시간 측정기 및 카메라 등의 조작은 오메가가 아닌 경기진행 담당기구에서 맡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FINA나 오메가에 문제의 비디오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콜로라도대 스포츠사회학자인 제이 코크리는 “특정 선수의 스폰서에게 기록 측정을 맡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접영 100m 결승 어땠나
눈으론 2위로 골인, 기록은 1위로 터치

마이클 펠프스는 16일 수영 남자 접영 100m 결승에서 자신의 대회 일곱 번째 금메달을 놓고 경쟁했다.

전날까지 참가한 6개의 종목 모두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펠프스는 이날엔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50m턴을 할 때 펠프스는 8명 중 7위에 불과했다. 펠프스는 턴 이후 맹추격을 시작했다. 앞서 가던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쳤다. 그러나 선두인 밀로라드 카비치(세르비아)와의 거리 차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펠프스는 마지막까지 혼신의 스트로크를 했다. 펠프스가 물살을 일으켜 정확한 판단은 어려웠지만 이전까지의 페이스로 볼 때 카비치가 간발의 차로 먼저 터치패드에 손을 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공식 기록은 펠프스가 50초58, 카비치가 50초59로 나왔다. 의외의 결과여서 관중들은 물론 펠프스도 놀랐다.

세르비아 코치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카비치 본인이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돌릴 필요도 없다. 나는 고글에 비친 그의 그림자를 봤다”면서 “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영선수와 가장 치열한 레이스를 펼친 것에 만족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세르비아 코치들도 비디오를 보고 수긍했다고 국제수영연맹은 밝혔다. 팬들은 마지막까지 스트로크를 한 펠프스가 스트로크 없이 터치패드를 찍으려 한 카비치를 앞섰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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