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수퍼마켓이냐, 국제사회 복귀냐…김정일에 택일하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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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존 케리의 핵심 외교 브레인 새뮤얼 버거가 21일 "북한 핵문제를 풀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확산 수퍼마켓'을 할 것인지, '국제사회로 복귀할 것인지' 를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거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외교안보보좌관(1997~2000년)을 지냈다. 다음은 '민주당 대통령의 외교정책'이라는 제목으로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5~6월)에 게재된 논문 요약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한 연설에서 "이슬람 국가들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슬람 국가의 대다수 정치인.언론인이 이 말에 냉소한다는 점이다. 이슬람 지식인들이 민주주의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작 이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식 관념'이다.

비슷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해 주한 미군을 배치해 놓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 세대는 북한보다 미국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가 아니라 수단과 스타일이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말과 규범'을 앞세운 것이 아니라 '군사력'과 일방주의를 앞세운 탓에 국제사회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샀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반미를 앞세운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이 됐다.

◇북한=핵문제를 방치하면 북한은 연간 6기 정도의 핵무기를 판매하는 핵 수퍼마켓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핵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진지하게 검증해 봐야 한다.

金위원장에게서 핵포기와 관련, '예스'라는 대답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국제사회 참여를 포함한 응분의 정치.경제적 보상을 해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끝내 고집한다면 미국은 한국.일본.중국과 손잡고 대북 경제 봉쇄 등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다. 또 미국은 '전국적이고 검증 가능한(nationwide, verifiable)' 핵폐기 조건을 부과할 것이다.

◇이라크=이라크전의 정당성과는 별도로 이라크 재건사업은 성공해야 한다. 이라크에 그냥 손을 떼면 종교적.인종적 갈등으로 이라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그 여파가 중동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이라크의 정치.경제적 재건을 위해 미국과 연합국의 지속적 개입이 필요하다.

미국에 가장 시급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정치적.도덕적 권위를 재확립하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민주당 행정부도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친 뒤 사용할 것이다.

또 우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2개 국가'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당 정부는 모든 국제문제를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현실주의에 입각해 다뤄 나갈 것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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