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열공’ 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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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더운 여름을 벗어나면 올 가을엔 일반인을 위한 독특한 문화학교 다섯 곳이 문을 연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지하 2층)에서 9월부터 진행될 인문학교 강좌들이다. 먼저 앤티크 전문가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김재규 ‘교장’의 ‘앤티크 학교’가 눈에 띈다.

김씨는 『앤티크 문화예술 기행』(한길사), 『유혹하는 유럽 도자기』(한길사) 등의 저서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예술과 역사가 현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유럽의 앤티크 문화가 그들을 ‘명품의 본가’ ‘세계 문화의 트렌드세터’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강좌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고가구에 숨겨진 정치·문화 코드를 읽어내고, 유럽 귀족의 코드 ‘은(銀)의 세계’를 집중 탐구하는 등 흥미로운 테마가 많다. 앤티크 구입(혹은 투자)가 또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 소비’와 앤티크 경제학을 소개한다.

중남미 문제 전문가 이성형 박사의 ‘중남미 학교’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역동적인 ‘하이브리드(혼성) 문화’를 소개한다. 중남미 문화는 유럽의 정복자와 현지 주민들 간의 살육과 저항 속에서 폭력적으로 피어난 변방의 문화라는 편견에 쌓여 있다. 그는 “문화대국이라는 프랑스도 중남미 카리브해의 문화를 흡수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며 “보들레르가 가장 많은 시를 써바쳤다는 여인 잔느 뒤발도 카리브 출신”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문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강좌다.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의 ‘실크로드 학교’는 동서 문명의 교역로에 대한 이론 강좌뿐 아니라 실제 답사 여행까지 연계된 프로그램이다. 세계화 시대에 수 천년 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 진정한 세계성을 재발견하는 강좌다.

이거룡 동국대 연구교수의 ‘인도 학교’는 인도 사상의 입장에서 오늘날의 사유방식과 문화를 되짚어 보는 자리다. 힌두교를 모르는 힌두인들, 종교를 의식하지 않는 종교, 삶 자체가 종교이며 구도가 되는 인도 사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강의가 끝난 뒤 내년 1월 남인도 답사를 계획하고 있다.

유재원 한국외대 교수의 ‘신화 학교’는 서구 역사와 문명의 상상력의 터전인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영화와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신화의 의미 등을 풀어내면서 신화와 실생활의 엮임과 얽힘에 대해 강의한다.

학교마다 강좌 일정과 수강료가 다르다. www.toursapiens.com, 050-5909-9050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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