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시험도 '무전기 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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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학 편입학 부정시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3일 토익(TOEIC).텝스(TEPS) 등 영어시험에서도 무전기를 이용한 부정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대상은 대학 편입학 부정 시험을 주도한 朱모(30.구속)씨와 부정시험 계약서를 작성한 83명 중 최근 2년간 토익 시험을 치른 29명이다. 이들 중 700점 이상 얻은 4명에게서 "朱씨가 무전기를 통해 불러준 답안을 듣고 시험을 치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朱씨에게서 압수한 편입학 부정 계약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3명이 토익 시험 계약을 따로 한 것을 발견, 확인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朱씨 등의 도움으로 고려대에 부정 편입학한 申모(26)씨는 지난 2월 토익시험에서 955점을 받았고, 성균관대 편입학 시험에 합격한 李모(26)씨 역시 朱씨 등을 통해 만점에 가까운 980점을 받았다.

수법은 대학 편입학 시험과 같이 무전기를 사용했다. 응시생과 함께 시험장에 들어간 '영어도사' 朴모(27.구속)씨가 직접 마이크 두들기는 소리로 정답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듣기 문제의 경우 풀 때마다 답을 전달했고, 읽기의 정답은 시험 종료 5분 전에 한꺼번에 송신했다. 950점을 넘기면 5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경찰은 또 權모(24.한국외대 부정 편입학)씨에게서 "지난 11일의 텝스 시험에서 朱씨가 불러주는 답안을 듣고 905점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텝스 시험 800점 이상 득점자 2명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토익.텝스 부정 시험자들이 국가고시나 기업 입사 시험에 이 성적들을 활용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국제교류진흥회 측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시험감독을 하는데 첨단기기를 이용하는 데는 불가항력이다.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텝스 관리위원회는 "전파감지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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