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테러 이어 총격전까지…사우디 "나 떨고 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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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테러와 테러 관련 움직임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떨고 있다. 지난 21일 수도 리야드의 치안본부가 대형 폭탄 테러를 당하고 22일에도 서부 해안도시 제다에서 무장세력과 총격전이 벌어져 보안군 4명이 부상하는 등 '흉흉한' 사건이 연속되기 때문이다.

반정부단체는 '독재왕정 붕괴의 신호'라고 주장하고, 당황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언론과 친정부 종교기관 등을 동원해 사태수습에 여념이 없다. 치안본부 건물이 공격받은 리야드 폭탄 테러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치안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철통 경계를 뚫고 발생한 테러에 대해 왕족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특히 예고된 테러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하다.

정보를 입수한 미국은 테러 발생 수일 전 자국민 철수령을 내렸고 사우디아라비아 치안당국도 이슬람 성지 메카 등 여러 도시에서 테러용의자 120여명을 검거했다. 그럼에도 수도 한복판 대테러 작전본부가 무너져 내리자 치안당국은 할 말을 잃었다.

예고된 테러도 못 막고, 범인도 모르는 채 갈팡질팡하는 정부에 대해 반체제인사들은 공세를 펼쳤다. 런던에 본부를 둔 반체제단체 '합법권리수호위원회'는 "독재왕정의 붕괴조짐"이라고 주장했다. 무하마드 알마사리 의장은 "이번 사태는 현 정권이 소규모 무장단체의 공격도 막을 능력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지하드단체들의 본격 반정부 투쟁이 시작된다는 신호"라고 22일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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