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회사 거덜낸 '명품族'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30세 명품족이 삼촌의 회사를 거덜냈다. 배관자재 업체 K금속의 경리 담당 직원 崔모(30.여)씨는 사장인 삼촌이 뇌경색으로 회사 경영에서 잠시 손을 뗀 2002년 3월부터 명품에 푹 빠졌다. 대학 동기생 金모(30.여)씨와 함께 1주일에 2~3회씩 백화점이나 명품 매장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신용카드 17장을 이용해 600여 차례에 걸쳐 명품을 구입했다. 하루 200만~300만원어치, 휴일엔 1400만원어치를 구입하는 '큰손'이었다. 쇼핑의 표적은 샤넬.아르마니.루이뷔통 상표가 붙은 옷과 가방이었다. 1400만원짜리 에르메스 가방도 샀다.

일본.홍콩.싱가포르 등지로 원정 쇼핑도 나섰다. 지난해 일본에만 네 차례 나가 모두 3000만원어치의 명품을 샀다. 崔씨는 매달 말 회사 돈을 자신의 은행 계좌로 이체시킨 뒤 명품 대금을 결제했다.

지난해 9월까지 그가 빼돌린 돈은 6억5000만원. 남자친구가 승용차를 구입하는 데 700만원을 보태주기도 했다.

崔씨는 횡령 사실이 적발된 뒤 인터넷 등을 통해 옷.가방 등을 처분해 삼촌 회사에 2억원을 갚았다. 그러나 카드 결제대금 1억원은 아직도 갚지 못했다.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한 것을 뒤늦게 알고 삼촌은 조카를 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서울 중앙지검은 23일 崔씨와 金씨를 특가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 관계자는 "명품관 종업원들은 崔씨 등을 재벌 2세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