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 결핍증 어린이 약물로 치료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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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능지수가 좋은데도(IQ=120)공부를 못해요.공부시간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몸을 비꼬거나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주위에서 작은 소리만 나도 산만해지며 수업중에도 떠들어 수시로 수업을 방해한다고 해요.집에서도 가만히 앉아 뭔가 를 하는 법이 없이 늘 왔다갔다 들락날락 하고 밥도 가만히 제자리에 앉아먹을 때가 없어요.』 엄마손에 이끌려 소아정신과를 방문한 L(7세.초등학교 2년)군은 주의력결핍-과잉운동장애 환자의 대표적예다.이 병의 특징은▶집중력이 없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며▶늘부산하다.

<표 참조> 미국통계에 따르면 학령기 어린이 10~20명중 1명꼴.남자어린이가 여자어린이보다 5~10배 많다.우리나라에도이런 아동이 한반에 1~2명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런 아이들은 늘 산만해 주어진 과제를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
나이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도 변하는데 걸음마를 시작하는 유아기엔 걷자마자 뛰려고 해 잘 넘어지고 다치는 수가 많으며 안아줘도 편안해 하지 않고 몸을 뒤척이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친구와 어울리는 나이가 되면 혼자 조용히 노는 법이 없고 항상 또래의 놀이에 끼려 하지만 순서를 안 지키고 자기 마음대로하려들기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받는 경우가 많다.협동능력.
규칙준수.주의력 집중 등이 필히 요구되는 학교생 활이 시작되면문제점이 뚜렷이 부각된다.지능이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집중하지못해 대부분 공부를 못한다.말도 지나치게 많다.남이 뭘 물어봐도 남의 말을 잘 안듣고 듣더라도 다 듣지 않고 미리 대답해 버린다.충동적인 탓에 항상 생각보 다 행동이 앞서 실수를 많이한다.물건도 늘 잊어버리고 다니고 숙제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도많다.이런 아이는 키우기가 힘들다보니 부모와 관계가 나쁜 경우도 많아 우울.불안.자신감 상실 등 정서적인 문제를 갖고 있기도 하고 상당수에서 품행장애.학습장애가 동반된다.
청소년기가 되면 대개 증상이 호전되지만 일부는 대인관계 등이악화돼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되기도 한다.서울대의대 소아정신과조수철(曺洙哲)교수는 『주의력 결핍의 주된 원인은 뇌의 기능적장애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며 환경적요인도 부 수적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리탈린 같은 약물치료로 대부분의 어린이가 치료 가능하며 부모와 학교선생님의 이해 아래 공조치료를 하면 치료효과가 더욱 좋다.曺교수는『치료가 늦어질수록 사회적인 관계형성이 어렵고 2차적으로 우울증 등 정서장애가 많이 올 수 있으므로 치료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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