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 펜화 기행] 깨달음의 높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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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불사 아미타대불, 종이에 먹펜, 36X48cm, 2008

고타마 싯다르타가 훌륭한 부처가 돼 고국으로 돌아오자 사촌동생들이 제자가 되고자 합니다. 석가모니의 승낙을 받은 왕자들은 머리를 깎은 뒤 값비싼 장신구와 고급 옷을 이발사에게 주고 헌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이발사는 ‘많은 재산과 지위를 가진 왕자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를 하는데 보잘것없는 내가 아낄 것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석가모니에게 제자로 받아 줄 것을 간청합니다. 석가모니는 이발사를 제자로 입문시킨 뒤 왕자들을 제자로 받아들입니다. 그런 다음 왕자들에게 입문 선배인 이발사에게 예를 갖추도록 합니다.

신분제도가 엄격한 인도에서 왕자들이 불가촉천민에게 절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석가모니는 왕자들이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도록 일부러 입문 순서를 뒤바꾼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출가 이전의 사회적 계급을 불문하고 한 시간이라도 먼저 계를 받은 자를 윗자리에 앉도록 해 모든 인간이 평등함을 가르쳤습니다. 많은 제자가 있어도 직접 탁발을 하며 부처와 제자가 평등함을 몸소 보여 줬습니다. 사실 모든 인간은 부처로서 ‘깨달은 부처’와 ‘깨닫지 못한 부처’로 구분될 뿐입니다.

경북 영천 만불사 아미타동산에 높이 33m에 달하는 아미타부처가 자비로운 모습으로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대불로 경부고속도로에서도 보입니다. 야간 조명을 받은 대불을 보면 신비한 느낌이 듭니다. 불상을 많이 모셨다고 만불사(萬佛寺)라 한답니다. 인등탑 3개가 있는데 탑 하나에 3만 기의 불상이 있어 모두 9만 기가 된답니다. 만불전에도 불상 1만7000기가 있는데 옥외에도 많은 불상이 있어 주지스님도 정확한 수를 모른답니다. 요사이 엄청나게 큰 대웅전 불사를 시작했습니다. 완공이 되면 영천에 세계 불교 중심도량이 생긴다니 기대가 됩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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