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제된 북한의 휴전선 도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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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자회담 제안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한반도의 긴장완화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터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었다.17일 대낮에 무장한북한 군인들이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한참 머무르는 등 또다시 정전협정을 유린한 것이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이 간혹 실수나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그러나 이번 경우는 의도적인 도발이라는 것을 현장의 상황이 말해 주고 있다.
장교인솔 아래 7명이나 분계선을 넘어 우리측이 경고방송을 했는데도 한시간 가까이 머무른 것을 어떻게 우발적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불행하게도 북한은 지난 4월 이후 우리가 예상했던 수순대로 행동하고 있음을 이번 사건은 보여주고 있다.비무장지대 불인정을일방적으로 통고한 직후의 판문점 집단무력시위때 이미 예측됐던 것이다.따라서 앞으로 이와 같은 도발이 계속될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이는 북한의 대남(對南)정책이 4자회담 제의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우리를 배제한채미국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겠다는 헛된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판문점도발 이후 거의 한달이 넘도록 침묵하던 북한이 이제 또다시 도발에 나선 속셈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북한이한반도에서 위기감을 조성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물론 인위적인 긴장을 불러일으켜 불안한 내부를 단속하려는데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정황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남한에 대한 위협효과도 노린 것 같다.또 4자회담과 관련,미국과 우리를 상대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이번과 같은 도발이 거듭되면 자칫 군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완벽하고도 단호한 대응태세를 갖추는게 우선이다.우리측이 너무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북의 협박.도발은 더욱 거세질 위험이 있다.무력도발에는 힘으로교훈을 주는 수밖에 없다.철통같은 한.미(韓.美)연합방위태세와국민적 안보경각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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