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돌아온 나폴레옹 친필 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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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폴레옹이 영면한 파리의 앵발리드기념관.
지난 5일 나폴레옹 서거 1백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파리시민들은 여느 해보다 감격스런 모습이었다.불에 타 없어진 줄 알았던 그의 친필 유서가 영국에서 발견돼 고국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나의 벗 베르트랑.죽음을 준비하며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있소.내가 죽거든 이 세인트 헬레나섬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 내 아들에게 전해주기 바라오.총과 전쟁서적들을 잊지 말기를 당부하오.그 애에게 언젠가 소용이 될지 모르오.』 절친했던 친구인 베르트랑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되는 두장의 유서는 나폴레옹이 임종 3년전인 1819년 8월 세인트 헬레나섬의 유폐지에서 작성한 것.
여기에는 생후 3년만에 이별해야 했던 아들 나폴레옹2세에 대한 애틋한 부정(父情)이 담겨있어 읽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편지는 나중에 나폴레옹이 불태우려 했으나 그의 수족과같았던 하인 마르샹에 의해 비밀리에 보존되었다.나폴레옹의 유서는 런던의 크리스티사에 의해 경매에 부쳐지자 전 재산을 들여서라도 꼭 사고말겠다는 프랑스의 한 독지가에게 낙찰돼 화제가 됐었다. X백작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익명을 요구하고 있는 이 독지가는 최근 파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폴레옹을 굴복시킨 영국인들 손에 유서가 남겨진다는 것은 국가적 치욕』이라고 했다. 그의 애국심 덕분에 낙찰가격은 무려 2백만프랑(1백30만달러)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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